창업 3년, 그리고 Next chapter.
2024년을 마무리하며, 자발적인 방황의 시간을 지내고 있다. ‘방황’ 을 한다는게 단순히 방향을 정하지못해 ‘갈팡질팡’ 하는게 아니라 — 나의 ‘미래’ 를 고민하며, 동시에 나의 ‘과거와 현재’ 에 대해서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K뷰티와의 인연은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대학졸업 후, 패션브랜드 PR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 후 2년차 K뷰티 해외유통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이 회사와 함께 시작된 K뷰티와의 인연이 이렇게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간중간 작지만 숨은 경험들이 있지만, 지금의 내가 고민하는 '미래' 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과거' 는 아래 2가지 경험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떠오르는 K뷰티 브랜드로 유명한 브랜드인 ‘스킨천사’ 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크레이버 (구.비투링크) 에서 초기 글로벌 사업부 내 미국팀 초기멤버로 리테일 세일즈 (Retail sales) 를 리드했다. 당시 Forever21의 뷰티리테일 라일리로즈, Urban Outfitters, Jet.com (월마트가 인수한 회사), Walmart.com, Target, 그리고 Costco 와 같은 대형 리테일부터 — 미국 내 소매업체들까지 전반적인 세일즈업무를 했다.
당시 K-Beauty 는 전세계적인 '트렌드' 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장 내 '교육' 이었다. 이를 바잉하는 바이어 조차도 K뷰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다. 그렇게 Costco 역사상 최초로 K뷰티 스킨케어 박스를 기획 — 10가지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하나의 박스로 만들어 한국의 '라이프' 와 '문화' 를 미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런칭했다.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멕시코, 캐나다, 영국 등 Costco International 확장을 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였다. $30M 이상의 매출 뿐만 아니라, 단순히 트렌드를 넘어 — "진짜" 한국의 뷰티를 선도하는 경험은 내 지난 커리어에서 *하이라이트* 할만한 경험이었다.
브랜드를 만들었다. K뷰티와 ‘섹슈얼웰니스 (Sexual Wellness)’ 시장을 결합한 웰니스 뷰티 브랜드였다. 수없이 많은 K뷰티 브랜드들을 만나다보니, ‘새로운 도전’ 을 해보고 싶었다. 브랜드‘파운더 (Founder)’ 를 중심으로 단단한 커뮤니티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싶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소비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로운 카테고리로 접근해, 이전에 K뷰티 ‘유통’ 을 할때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
먼저 내 인생 처음으로 영어로 ‘직접’ 인터뷰를 했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었기에, 이를 통해 Organic 하게 인터뷰제안을 받았다. 무려 2곳에서. 하나는 Beauty Independent, 또 하나는 Allure US. PR을 업으로 해봤기에 ‘광고’ 가 아니라 ‘진정성’ 을 이야기했던 경험은 꽤나 뜻깊었다.
그리고 현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테크 스타트업 — UC 버클리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만든, 여성의 ‘Orgasm’ 을 데이터로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든 섹스 테크브랜드 ‘라이어니스 (Lioness)’ 와의 협업이었다. 문화적 차이가 워낙 컸기에, 우리의 배경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와 함께하고 싶었다. 미국의 많은 브랜드 중 '라이어니스' 와 함께 했던 이유는 그 누구보다 우리를 '이해' 하고 '공감' 할 수 있는 파운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파운더 중 한명은 한국계 미국인 친구인데, 업계에서새로운 여성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엄청 반갑게 대해줬다. 콜드메일을 하고, 줌콜을 잡고 통화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파트너십을 통해 신규제품을 런칭하고, 함께 판매하며 마케팅을 했던 경험이었다.
그외,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로 가서 CPG 펀드에서 처음 IR도 해보고, 라이브방송도 해보고, 미국에 가서 소비자들도 직접 만났다. 결론적으로 너무나 니치했고,명확하지않았던 ‘브랜드 카테고리’ 로 인해 ‘확장성’ 이모호해졌고 — 그와함께 브랜드 비즈니스를 잠정중단 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유통/세일즈’ 관점 뿐만 아니라, ‘브랜드’ 운영 비즈니스의 관점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뭐, 개인적으로는 후회없는 시도를 했음에 “하이라이트” 할만한 도전이었다.
올해 초부터는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K뷰티 브랜드를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컨설팅' 이라 하는게 거창한게 아니라 — 내가 했던 경험과 업계 전문성을 활용해, 브랜드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함께GTM 전략을 짜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스레드를 시작했는데, 그 안을 보니까 정말 많은 분들이 가령 "K-뷰티 전문가"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영역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했다.
그 어느때보다 GTM전략이 중요해졌다. 특히나 '채널' 전략 말이다. 디지털이 메인이 된 시대, 글로벌 시장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틱톡하나로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해외 이커머스 입점만으로 수출이 시작되는. 그렇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그런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중요해졌다.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단 각 채널과 시장에 맞는 방식' 으로 말이다.
나는 리테일세일즈와 브랜드운영을 모두 경험했다. 사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유통사의 입장과 브랜드의 마인드셋이 정말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다. 세일즈를 할때, 수많은 브랜드들이 미국으로 진출하고 싶어 찾아왔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테일’ 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Pre-steps" 이 있는데 — 그런 여러가지 조건이 되어있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 대형 리테일에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들어간다고 한들 판매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초도발주로 끝이나고, 나중에 다시 입점이 어려워진다.
브랜드를 처음시작하는 마음과, 이를 위해 고민하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잘 알기에 — 더욱이 단단한 '브랜드' 로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기위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것이 내가 이 시장에서 가진 '엣지' 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