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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Jan 10. 2023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말이야.

오늘의 단어 : 화


지난해 말,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전후로 2호가 독감에 걸리고 온 가족이 감기로 골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몸이 아파도 병가를 내기 어려운 처지라 병원에 가서 타 온 약을 먹으며 꾸역꾸역 일을 나갔더랬다. 하필이면 목감기가 심하게 와서 손님 응대도 힘들고 코가 막히니 머리는 띵하고 딱 죽을 맛이었다. 그 와중에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프다 보니 일에 집중은 더 안되었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픈 목과 코막힘으로 몽롱한 정신으로 출근을 한 나는 매니저에게 자꾸 지적당할 일을 연달아 저지르고 말았다. 이런 내 모습에 화가 난 매니저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출근하면 매장 둘러보고 빠진 게 있으면 채우고, 마감 때 아웃 안된 빵들 있는지 체크 좀 해. 일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는데 어쩜 이렇게 관심이 없어?


몽롱한 정신을 비집고 들어온 날카로운 말에 마음이 아팠다. 어제도 그 그저께도 매니저는 나의 실수를 잡아내며 지적했다. 2주 전에 들어온 막내에게 지지 말라며 그 아이보다는 네가 더 나아야 하는데 왜 같이 모르는 것이 많냐며 야단을 쳤다. 너무 화가 났다. 너무 억울했다. 그러나 내가 실수한 부분은 명확하기에 어찌할 바가 없었다. 그에게 감정적으로 받아쳐봤자 손해 보는 건 나니까 말이다. 아니, 그래도 너무했다. 내가 관심이 없다는 말을 정도로 일을 못 한 건 또 뭐란 말인가. 본인은 내가 들어오고 한 달 후에 퇴사했다가 한 달 후에 재입사 한 거면서 그 안에 내가 일을 어떻게 배우고 했는지 알지 못하면서 매뉴얼 없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지 않으면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같은 말을 해도 왜 그리 기분 나쁘게 해야 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했다. 결국 집에 와서 남편에게 울며 하소연을 했다. 서럽게 울어버렸다. 아픈 게 죄라는 생각에 더 서러웠다. 울고불고 화를 내는 나를 남편은 가만히 안아주며 매니저 욕을 실컷 해주었다. 덕분에 속이 좀 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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