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8시 30분 쯤 눈이 스르르 떠졌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아이들이 다가와 아침인사를 건넨다. 첫째는 어제 케이크 사면서 가기로 한 파리바게뜨에 가자고 재촉한다. 다 팔려서 못 사온 두쫀타르트를 사러 가야한다면서 말이다. 아침을 먹고 가자고 미룬 뒤 주방으로 향했다. 수북히 쌓인 설거지가 보인다. 어제 저녁 설거지다. 쌓인 설거지를 하나씩 식기세척기에 옮겨 넣고, 들어가지 않는 후라이팬과 냄비는 손으로 쓱쓱 닦았다. 내가 쉬면 집안일이 쌓인다. 어제의 쉼은 오늘의 짜증이 되어 돌아온다. 알면서도 귀찮아서 매번 치우지 않고 쉬게 된다. 우렁총각 필요하다.
아침 메뉴는 소박하다. 간간하게 조린 두부와 들기름에 구운 김, 살짝 구운 아귀포, 어제 먹고 남은 미역국에 쌀밥. 밥심으로 사는 둘째는 차린 밥상에 앉자마자 미역국에 밥 한그릇을 말아 후루룩 먹기 시작한다. 남편은 어제부터 소화가 안 된다며 먹지 않겠단다. 첫째는 밥보다 빵이 더 좋다며 어제 사 온 생일 케익을 아침으로 먹는다. 남편은 소화가 안된다고 했지만 아마 정오쯤 되면 출출하다고 할 터이다.
아침 메뉴에 고집이 크게 없는 나는 결혼 후 남편과 첫째 취향에 맞춰 아침을 빵과 우유로 바꿨었다. 그런데 둘째 태어나고부터 밥도 차려야 했다. 둘째는 밥을 정말 좋아한다. 첫째 낳기 전에 내가 먹은 게 허니브레드와 케이크였다. 둘째 낳기 전에 먹은 건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이었던 것 같다(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디저트는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치운 뒤 첫째와 함께 두쫀타르트를 사러 나섰다. 나간 김에 두어가지 일을 해치워야 하는 나는 미뤄둔 페트병을 버리기로 했다. 오들오들 떨며 아이와 함께 페트병을 회수기에 버리고, 근처 마트에 들러 우유와 대파, 세일하는 한라봉과 천혜양, 떡국떡을 샀다. 두쫀타르트가 뭐라고 이렇게 귀엽게 따라다녀주는지. 아이는 나온 김에 메가커피에서 파는 '민트프라페'가 먹고 싶은 듯 했다. 엄마가 두쫀타르트 사주니 음료는 자기 용돈으로 사 먹겠단다. 키도 엄마보다 훌쩍 큰 녀석이 여전히 귀엽다.
집에 거의 다 와서 엘레베이터를 타려는데 아이가 민트프라페를 놓쳐버렸다. 좋아하는 초코젤라또가 똑 떨어져버렸다. 그럼에도 화를 내지 않는 아이가 많이 컸단 생각이 들었다. 프라페를 치우면서 어두워져 있는 엄마 표정까지 살피며 미안하다고 하는 아이가 조금 안쓰러웠다. 자기 돈으로 산 음료 쏟아놓고 무엇이 미안하냔 말이다. 아마 치우기 위해 엄마가 가져다 달란 휴지 대신 물티슈를 건넸기 때문이겠지. 무언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겠지.
아이는 바닥에 쏟지 않고 남은 민트프라페와 두쫀타르트를 맛있게 먹었다. 엄마에게 한 쪽 나눠주는 배려까지 하면서 말이다. 바삭하고 달콤한게 맛있긴 하더라. 그래도 6,900원은 너무 비싸다. 맛있게 잘 먹는 아이 모습을 보니 또 귀엽다. 2호는 피스타치오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하나 더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1호를 보며 방으로 들어왔다.
책장 앞에 먼지 쌓인 노트북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침대에 누울까 싶었지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 거실에서는 귀여운 1호가 오물오물 두쫀타르트를 먹고 있고, 2호는 자기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남편은 자기 방에 들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 방에서 내가 오늘 오롯한 휴식을 할 수 있을까? 바닥에 널부러진 빨랫감과 거실 매트 한 켠에 쌓여있는 잘 마른 빨랫더미를 무시할 수 있을까? 계속 거슬리지 않을까? 개지 않고 계속 거슬려하며 짜증이 쌓이지 않을까? 쉬는 중간중간 아이들이 들락거릴테고 배고프다고 삐약대는 세 남자의 울음소리를 내가 무시할 수 있을까? 하- 오늘은 기필코 카페에 가야겠다. 오늘은 반드시 쉬어야겠다. 나를 방해하는 요소를 모두 차단할테다.
가방의 먼지를 탁탁 털어내고 맥북과 책 한권, 다이어리와 필기도구 등을 챙겼다. 답답한 집에서 탈출이다. 도보로 5분거리 스벅에 도착했다. 2층으로 올라가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짐을 풀고 메뉴를 고민한다. 디카페인 커피 2잔, 바나나, 반숙란 나름 건강식으로 챙겨본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의자에 느긋하게 기댄다. 아, 이제야 좀 숨이 쉬어진다. 살 것 같다. 노션 주간기록을 챙기고 책도 몇 장 읽었다.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공간에 깊숙히 들어간다. 드러누울 수 없을 뿐 이곳이 천국이자 파라다이스다. 아이에게 6시에 돌아간다고 했는데 벌써 4시가 넘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다 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그래도 좋다. 이렇게라도 쉬어줘야 내 마음이 다정함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꼭 필요한 시간이다. 내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 너무 오래 참았어.
한개란은 감동란보다 저염이다. 계란 비린향에 민감한 나는 재구매를 하지 않을 것 같다. 맛있었으나 계란 향이 오래 남아서 바나나를 먹고 나서야 나아졌다. 개인 취향이니 태클은 사양한다. 바나나는 비싸도 늘 먹게 된다. 나는 바나나를 좋아하니까.
내일은 스벅이 아니라 투썸을 갈까? 스벅 브레드 라인이 점점 맛이 없어진다. 케이크는 너무 비싸고. 슬프다. 버디패스 가입하라고 비싸게 파는겐가?!!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