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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Jul 30. 2021

엄마, 동생은 왜 낳은 거야?

'너를 위해'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해'서야.

평화로운 주말 오후 아이들이 낄낄깔깔거리며 즐겁게 노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에서 투닥투닥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내 큰아이가 씩씩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동생이 없으면 좋겠어!!
왜~ 무슨 일인데?
아니.. 동생이 너무 말을 안 듣잖아!
(웃음)
엄마, 근데 동생은 왜 낳았어?
날 위해서 동생을 낳아준 거야?
나 심심할까 봐 낳았어?
나 하나도 안 심심한데.
음.... 그건....


꼬물꼬물 기어 다니던 시절에는 이쁘다고 귀엽다고 세상 귀찮게 조몰락거리던 녀석이 동생이 머리 커서 자기주장이 생기니 이제는 싫다고 한다. 성별이 같다 보니 죽이 맞아 놀 때는 재밌게 놀다가도 싸울 때는 어찌나 치고받고 싸우는지. 그럴 때마다 난 사람새끼가 아니라 사자 새끼를 낳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도 별거 아닌 별거인 일로 싸우고 뿔이 잔뜩 난 큰아이는 내게 찾아와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동생을 왜 낳았냐는 볼멘소리를 해댄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너를 위해서, 네가 심심할까 봐 동생을 낳은 건 아니야.
그럼?
OO야, 엄마 아빠가 잠시 외출할 때 동생이 있으면 네 마음이 안심되지 않니?
아.. 응, 그건 그래.
그렇지? 동생도 마찬가지야. 형이 함께 있으니까 안심하고 있을 수 있거든.
네가 엄마 곁에 와서 유튜브를 보고 책을 보면 좋은 것처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안심되고 그런 게 있어.
함께 있으면 혼자 있을 때보다 좋은 것이 훨씬 더 많아.
응~ 그런가? 알았어, 엄마.



아이는 알아들었을까? 어쩌면 엄마의 말이 길어질 것 같단 느낌에 '알았어'하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형제는 내일도 또다시 투닥거리고 그때마다 서로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엄마를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이 각자의 사정불만을 이야기할 때마다 들어주고, 함께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뿐이다.


열 살, 일곱 살 두 아이는 앞으로 2~3년만 지나도 각자의 친구들과 노느라 엄마는 물론이고 형과 동생 사이도 소원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형은 형대로 동생이 답답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형이 답답한 그런 순간이 분명히 올 테지만, 그래도 결국엔 서로가 의지하고 챙겨주는 그런 사이가 되면 좋겠다는 로망을 가져본다. 로망이 로망으로만 남을지 실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미지 출처 : Photo by. Janko Ferlič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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