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면 없으면 어떤가? 오늘 짬뽕 먹고 내일 짜장 먹으면 되지!
매일 아침 8시쯤이면 커리어리앱에서 추천 아티클 푸시가 온다. 퍼블리 매일 읽기 챌린지 참여를 위해 가입한 플랫폼인데, 푸시 알람을 이용하면 이처럼 오전 중에 읽으면 좋은 아티클을 보내주곤 한다.
1. “번아웃이 오는 상황을 잘 생각해보면요. 설렁설렁하거나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들한테 (번아웃이) 오기보다는, (오히려) 열심히 사는 사람들한테 (번아웃이) 와요”
2. “너무 착하게, 모든 것을 열심히 잘하려는 사람들한테 많이 오는 게, 슬프게도 번아웃 신드롬의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3.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예요. (따라서)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포기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4. “내가 우울증이 오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비결에는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게 도움이 됩니다.”
5. “(다시 말해) 좋으면 좋은 거고, 가는 건 가는 거고, 오는 건 오는 거고. (이렇게 집착하지 않고) 포기할 줄 아는 태도가 번아웃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원문 출처 - https://careerly.co.kr/comments/36813?utm_campaign=user-share
나에게 '포기한다'는 말은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가까웠다. '포기 = 낙오'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다른 의미로 '포기'를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다.
7년 전 큰 아이를 낳고 복직한 지 4개월 무렵,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막연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두 살 배기 아이를 시부모님께 맡기고 중고 신입처럼 일하며 눈치 보는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당연히 그림을 그릴 환경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 머리로는 이미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정말 슬펐고 매우 힘들었다.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시부모님 댁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일상. 퇴근과 출근 사이에서 도무지 나만의 쉼이란 없는 빠듯하고 숨 막히는 일상이 힘들었다. 그 누구의 위로도 내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던 날이 이어지고 이따금씩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경우가 생기니 나조차도 낯선 상태가 버겁기만 했다. 어딘가 기대고 싶은데 기댈 곳이 없어서 서럽기만 했던 그날 아침에 마치 선물처럼 날아온 이 글을 보게 되었다.
가끔, 계획했던 일이나 꿈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역도 선수가 한 단계 높은 역기를 포기하는 것은 근육 파열로 자신을 파괴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경기 중 기권하는 것은 폐가 터져나가기 전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일을 하다가 포기, 기권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끈기 없음과 노력에 죄책감을 갖곤 합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순간의 성취보다 더 사랑해야 할 삶과 생명이 있다면 더 소중한 것을 선택해도 됩니다. 죽을 만큼 힘들 땐, 살만큼 소중한 것을 선택해도 됩니다. 살고 나서야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위해 덜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것은 포기가 아닙니다.
'포기'는 지극히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름의 '꿈'입니다.
원문 출처 - 김미경 카카오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kimmikyung/eRI3eKtSPu9
김미경 학장님의 글은 내게 위로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포기 = 낙오'가 아닌 '포기 = 잠시 멈춤'이라고 바꿔서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놓을 때는 놓을 줄 아는 지혜.
포기하는 것은 패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나를 사랑하는 자만이 가지는 용기이며 지혜다.
놓은 것을 아까워 말고 나에게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 '포기'라는 이름의 꿈을 읽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잠시 멈추는 일이 가능하다. 혹여라도 망설여진다면 나에게 다시 물어보며 답을 구한다. 더 갈지, 잠시 쉬었다 갈지를 말이다.
내 경우에는 개인의 의지보다는 상황이나 환경요소(결혼, 출산, 육아, 퇴사, 이사 등)에 따라 '포기'의 우선순위가 재배치되곤 했다. 그 과정에서 힘이 들 때 나를 다독이며 '잠깐 쉬자, 포기하는 거 아니고 쉬는 거야 잠시만.'라고 되뇌곤 했다. 그래야 내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식상한 말이지만 '인생엔 짬짜면이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을 했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했다는 말과 같다. 아쉬워도 어쩌겠나, 이미 놓아버린 것을. 정말 아쉽다면 잠깐 멈춘다고 생각하고 잘 묻어두자.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난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니까 다시 해봐도 좋다고 본다.
짬짜면 없으면 뭐 어때, 오늘 짬뽕 먹고 내일 짜장 먹으면 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