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추억에 잠기고 어떤 이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속초에 이사 온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한 지금 더 늦기 전에 속초에서 보낸 가을을 기록해두련다.
강원도민이 되고서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방문한 관광지는 '설악산'이다. 아버님이 퇴직하기 전까지 남편은 여름 휴가지로 설악산과 해운대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중에 설악산을 자주 갔다고 하는데 이는 아버님 직장의 직원 혜택으로 콘도 할인권이 지급되어서라고. 그때 가족들과 함께 설악산을 올랐던 추억을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나 보다.
10월 23일 토요일, 드디어 아이들도 나도 처음인 '설악산 케이블카 타기' 일정의 날이 밝았다. 본래 계획은 오전 7시에 출발이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쉽게 움직여줄 리가 없다. 결국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출발을 했고 주말에 단풍시즌이라 가까운 주차장은 모두 만차였다. 하는 수 없이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도보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소공원에 주차를 했다.
저기 앞에 산 보이지? 거기까지 걸어가는 거야.
우리가 걷는 동안 설악산 입구까지 이어진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졌다. 도로 위가 주차장인 양 꽉 막혀있는 모습을 보면서 걷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걷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을 무렵 '그냥 차로 올라갈걸'하는 후회를 했다. 아이들이 걷기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별 수 없지. 이미 걷기 시작했고, 이미 절반을 지나왔으니까.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아이들 손을 잡고 이끌어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리가 아픈데도 끝까지 잘 따라와 준 아이들이 기특했다. 내 다리도 이렇게나 아픈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물론 징징거릴 때마다 나의 감정은 울컥울컥 했지만 잘 참았다. 나 자신 대견해.
1970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국제적으로도 그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여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지역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총면적은 398.237km에 이르며 행정구역으로는 인제군과 고성군, 양양군과 속초시에 걸쳐 있다. 인제 방면은 내설악, 한계령~오색 방면은 남설악, 그리고 속초시와 양양군 일부, 고성군으로 이루어진 동쪽은 외설악이라고 부른다.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출처 : 설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성인 3,500원, 청소년 1,000원, 소인 500원, 65세 이상 무료
운행구간 : 설악 케이블카 ~ 권금성 (편도 5분 소요)
왕복요금 : 대인 11,000원, 소인 7,000원, 유아(36개월 이하) 무료
운행시간 : 1일 전 설악 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안내
설악산 국립공원 입장료와 케이블카 탑승권을 별개다. 한꺼번에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화재구역 입장권을 먼저 구입 후 케이블카 탑승동 매표소에서 탑승권을 구입해야 한다.
탑승권을 구입하고 2시간 정도의 대기시간 동안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에 간단히 빵을 먹고 1시간을 걸었더니 나도 아이들도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식당이 몰려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메뉴를 고르며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그렇게 20여분을 식당 근처를 서성이며 눈치를 살피다 보니 드디어 자리가 났다.
설악산도 식후경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골라둔 메뉴를 빠르게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도토리묵무침과 옥수수 동동주 한 병. 동동주는 생각 못했는데 남편이 주문하면서 하나 집어 왔단다. 역시 무드를 아는 사람.
도토리묵무침과 옥수수 동동주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모둠전과 더덕 막걸리가 나왔다. 쌉싸름한 더덕의 맛과 향을 품은 더덕 생막걸리가 옥수수 동동주보다는 더 나았다. 무엇보다 설악산 아래 야외에서 먹고 마시니 더 맛이 좋고 흥이 났다.
자리를 옮겨 전통차를 함께 파는 카페에 갔다. 대추차 한 잔씩 마시자고 들어간 곳인데 차 맛은 그냥저냥이었고 찻잔이 예뻤다. 차의 가격은 매우 사악해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고 싶었으나 아이들 덕분에 후다닥 마시고 급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내놈들 데리고 카페에 느긋하게 앉아 있기란 정말 어렵다.)
케이블카를 탈 시간을 40여분 앞두고 신흥사에 갔다. 온 김에 들러보자며 들어간 곳인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둘러보고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시간이 좀 여유가 있었으면 천천히 산책하듯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오후 3시 25분, 아쉬운 걸음을 재촉하며 케이블카 탑승장을 향했다.
출발 5분 전에 우리 가족은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다. 커다란 케이블카가 서서히 다가오자 남편은 안으로 들어가면 무조건 바깥쪽으로 붙으라고 귀띔했다. 케이블카 문이 열리고 아이들을 감싸며 재빠르게 바깥을 보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승객이 탑승한 뒤 천천히 움직이는 케이블카는 이내 속도를 내며 빠르게 권금성 탑승장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5분 뒤 우리가 탄 케이블카는 권금성 탑승장에 도착했고 아이들과 함께 설악산 경치를 둘러보기 위해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설악산 봉우리들과 울산바위, 속초시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카메라 렌즈가 깨진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못한 점이 매우 안타깝다. 케이블카를 탄 기념으로 먹은 아츄는 추워서 덜덜 떨면서 먹었지만 무척 달콤하고 맛났다.
아이들과 남편은 망원경을 통해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찾느라 열심히였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함께 즐기는 아빠라서 다행이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고 빠르게 내려왔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주차장까지 가야 하는 행군 길이 남아있었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하루 종일 걷다시피 했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아이들은 케이블카 탄 것이 즐거웠고 파전이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는 감상평을 해주었다. 물론 힘들지 않은 것은 별개의 문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온 다음 주말은 걸어서 비선대까지 다녀왔다. 지난번에 아이들이 제법 고생을 했던 터라 이번엔 차가 기어가도 가까운 주차장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올라가기로 마음억었다. 단풍 시즌이 끝나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고 다행히 주차장도 여유가 있어서 금세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까지 차로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또 걸어가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도로를 따라 인도를 걸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산을 타는 일이 즐겁다는 것을 알고는 신나게 걸어 올라갔다. 비선대를 지나 비룡폭포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가 더 오르면 아이들이 힘들 것 같아서 내려왔다. 남편이 다음엔 울산바위를 가자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던데 과연 그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아이폰이 온 뒤에 방문한 터라 이번엔 사진의 화질이 제법 좋다. 내년 가을에는 더 예쁜 설악의 단풍을 담아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