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이사에 폭우까지 멘탈 털린 이삿날
서울 - 강원도로 이사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삿짐은 이사 당일이 아닌 전날에 침대를 제외한 모든 가구와 짐을 포장했다. 이삿짐을 싸는 동안 아이들은 시댁에 안전하게 피신시키고 남편과 나는 업체 직원들이 들어내는 가구 밑에서 잃어버린 레고 조각 찾기를 했다. 짐 싸기가 끝나고 나서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 아이들이 없는 틈에 남편과 양꼬치 집에서 느긋하게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사를 위해 일찍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으나 이삿짐 싸느라 문을 열어둔 사이에 들어온 모기들과 전쟁하느라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오전 7시,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뜬다. 강원도 속초는 번개 구름까지 떠 있다. 이런... -_- 일기예보가 제발 맞지 않기를 바라며 이사업체 직원들이 짐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모든 짐을 다 내리고 나니 오전 10시 30분쯤 되었다. 이제 출발하면 되는데 이런 날엔 들어맞는 일기예보가 야속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모습을 심난하게 보고 있자니 이사업체 직원이 내게 말을 건넸다.
사모님, 오늘 내리는 비가 다 돈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삿날 비 오면 잘 산다잖아요.
그냥 하는 말이라도, 미신이라도 이렇게 말해주니 심란한 마음은 조금 덜어진 느낌이다. 짐을 다 쌌으니 이제 지체 없이 이동해야 한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는 거리가 꽤 머니까 말이다.
서울을 빠져나갈 쯤에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강원도 들어서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속초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소리도 심상치 않다. 파도의 너울도 심하다. 물치항을 지날 때 후드득후드득 하던 빗줄기가 이제는 대차게 내리는 장대비가 돼버렸다. 이삿날 비가 오면 잘 산다던데... 이건 와도 너무 많이 온다. 남편아 우리 돈벼락 맞나 봐.
안전한 이사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쏟아져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터라 할 수 없이 차 안에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 동안 있으니 아이들은 지루하다고 난리, 나는 좁은 구석에 구겨져서 낑낑. 점심도 안 먹은 터라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며 아주 난리 부르스였다. 밥 대신 과자를 먹이고, 닌텐도와 핸드폰을 쥐어주며 사투를 벌였다.
그 사이 이삿짐은 하나씩 하나씩 올려졌고, 빗물을 닦느라 이중으로 손이 가서 진행이 더뎠지만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해 준 업체 덕분에 무사히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애쓰고 가신 이사업체 직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지만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과와 더불어 일을 대하는 이의 태도, 그리고 고객의 마음 헤아림의 비중이 크다. 결과와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운 이사였다. :-) 다음 이사도 이 업체에 맡기고 싶을 만큼 말이다. (이사업체 이름은 '보람이사'고, 24 mall에서 견적 의뢰한 후 연락 온 업체 중 한 곳이다.)
업체에 잔금 치르고 인사를 나누고 나니 오후 9시. 굶주린 우리는 최대한 빨리 먹을 것을 먹고자 배달 앱을 켰다. 원래는 짜장면을 먹어야 했지만 중국집이 문을 닫은 관계로 치킨과 꼬막 비빔쫄면으로 대신했다. 하- 첫 주문인데 왜 이렇게 맛있고 난리?!
와- 너무너무너무너무 너 어어어 무 힘든 이사였다.
이사 오기 전 버릴 짐을 다 못 버리고 또 그대로 들고 온 터라 정리할 거리가 산더미다.
살면서 정리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손댄 김에 정리를 해야 정리가 되니까.
주말 내내 정리하고도 모자라.
이사 온 날이 10월 15일인데, 이 글 쓰고 있는 12월 7일인 오늘까지도 우리 집엔 정리하지 못한 짐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무래도 정리 미션은 사는 내내 계속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