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설악산 오늘은 대관령 + 강릉, 빡빡한 남편표 패키지 여행
자기야, 언제까지 잘 거야? 오늘은 양 떼 목장 가볼까?
어제 설악산에 다녀온 후유증을 온몸으로 받고 갤갤대는 나를 남편이 흔들어 깨웠다. 하루 빡세게 걸었으면 하루는 쉬어야지 않나. 속초로 이사를 왔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여행 스케줄은 여전히 타이트하다. 아니다, 정말 여행지로 왔다면 더 일찍 일어나 당일치기 패키지여행처럼 극기 코스로 갔을지도 모를 일. 뼛속까지 집돌이면서 한 번 나갈 땐 아주 작정하고 나가는 우리 남편은 정말 연구 대상이랄까. 아, 잘 안 나가니까 아예 뽕을 뽑는 건가..!! 여하튼, 묵직한 다리를 이끌고 비척비척 외출 준비를 하고 다리 아프다는 아이들을 양 떼 구경하러 가자고 살살 꼬셔서 차에 태웠다. 한 시간 정도 달려서 드디어 양 떼 목장 입구에 도착했다.
1988년 여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관령 산자락에서 대관령 양 떼 목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37살이었던 1988년 무더웠던 여름, 대관령에 터를 잡고 목장을 일구기 시작한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중략) 그 당시 개념조차 없었던 '관광 목장'을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이곳은 저와 가족 그리고 직원들의 청춘과 땀방울 그리고 열정이 어우러져 가꾸어진 대관령 양 떼 목장입니다. 도시에서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처 : 대관령 양 떼 목장 홈페이지 - 설립자 인사말)
1월~2월 / 11월~12월 : 개장 오전 9시, 매표 마감 오후 4시, 폐장 오후 5시
3월 / 10월 : 개장 오전 9시, 매표 마감 오후 4시 30분, 폐장 오후 5시 30분 (우리가 방문한 날의 운영시간)
4월 / 9월 : 개장 오전 9시, 매표 마감 오후 5시, 폐장 오후 6시
5월~8월 : 개장 오전 9시, 매표 마감 오후 5시 30분, 폐장 오후 6시 30분
*관람시간은 날씨, 목장 상황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인 : 6,000원 / 소인 : 4,000원 / 우대 : 3,000원 / 무료 : 48개월 미만 영유아, 국가유공자 본인, 대관령 면민 (정보 출처 : 대관령 양 떼 목장 홈페이지)
2만 원(대인 2명, 소인 2명)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목장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비탈을 오르며 주변 풍경에 드문드문 떠다니는 양들을 감상했다. 한참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예술이다. 13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3월 말쯤이었는데 목장 곳곳에는 듬성듬성 하얀 눈이 얼어있었고 나무들도 앙상한 뼈대만 내놓은 채였다. 양들은 추워서 모두 축사 안에 있어서 이번처럼 목장을 누비며 풀을 뜯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듬해 늦봄이나 초여름에 와서 목장을 누비는 양 떼를 봐야지 했는데 13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야 오게 되었다. 친구들이 아닌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말이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다. 가서 여기저기 훨훨 돌아다니고 싶다. 지치고 질릴 때까지 해외로 국내로 돌아다니면 좋겠다. 이제라도 하면 좋겠는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집콕해야 할 날이 더 많으니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나오니 다행이다.
목장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온 뒤 향한 곳은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아이들이 정말 기다리고 기대하던 그곳, 건초 먹이 주기 체험장으로 향했다.
이곳에 들어가서 입장권에 붙어 있는 건초 교환권을 내면 인원수에 맞게 건초 바구니를 건네준다. 바구니를 양들에게 가까이하면 순식간에 쓸어갈 수 있으니 멀찍이 떨어져서 손바닥에 얹어서 조금씩 줘야 한다. 아이들은 신나서 계속 주고 싶어 하고 엄마와 아빠는 다 줬으니 이제 그만 가자며 잠깐의 실랑이 끝에 양 떼 목장 체험을 마치고 나왔다.
점심을 먹지 않아 출출한 참이라 휴게소 안에 있는 양빵 가게에서 양빵 한 봉지를 샀다.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크림과 내가 좋아하는 단팥을 4:2 비율로 섞어서 구입했다. 맛은 붕어빵 맛과 같았다. 그냥 모양이 양이니까 한 번쯤 사 먹게 되는 관광지 전용 간식이랄까. 따뜻하고 달콤한 양빵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잠깐 바다를 보여주러 강릉으로 향했다.
바다를 보자마자 신이 난 아이들을 보니 좀 더 일찍 경험하게 해 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사실 나는 바다 특유의 짠내를 정말 싫어한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훅 불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금이 덕지덕지 붙어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바닷물이 살에 닿으면 피부가 따갑고 아파서 싫다. 이런 엄마를 둔 덕분에 아이들은 이제야 한국의 바다를 경험한다.
아이들은 바다를 보자마자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졌다. 바로 뛰어들려는 것을 겨우 잡아 바짓단을 걷어주었다. 아이들 발가락 사이에 모래가 차 오르고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기분 좋게 한참을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속초로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의 베스트 컷!
얘들아, 올여름엔 바닷가에서 재밌고 신나게 놀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