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개, 나의 벙커

책과 글

by 한글작가 이미나


KakaoTalk_20171022_073957901.jpg



[치유의 개, 나의 벙커]

공감과 호기심이 보낸 신호였을까. 표지와 제목에서 본능적으로 끌렸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린 시절 오빠에게서 폭언과 폭력을 당한 주인공 줄리는 우울증에 걸린다.

병원에서 치료하고 상담받고, 약을 먹지만 소용없다. 그런데도 삶을 붙들고 싶었던 그녀는 마지막 치료 수단으로 강아지를 입양한다. 반려견이 가진 강력한 치유 능력을 어릴 때 경험했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입양하는 날, 그녀는 첫눈에 벙커를 알아본다.


벙커를 만나 주인공은 조금씩 회복한다. 자아를 인정하고 미소를 되찾고, 진짜 사랑도 시작한다. 그러던 중 벙커가 ‘고관절 이형성증’을 앓고 있음을 발견한다. 안락사를 권하는 의사를 뿌리치고, 수술을 강행한다. 생후 6개월을 겨운 넘긴 벙커는 골반 세 군데를 톱으로 자르고 곳곳에 철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두 번이나 겪어야 했지만, 다행히 잘 견뎌낸다. 그 후 가족 보살핌 속에서 10년을 살았다. 11살, 악성 폐종양으로 그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996년 그를 만났고, 2007년 그는 떠났다.


이 책에는 사람과 동물이라는 구분이 없다. 존재 자체로 서로를 치료하고 삶을 치유한다.

문체가 상세하고 세밀하다. 현장감 있는 묘사는 책 속 상황에 몰입하게 만든다.

긴장과 평온. 슬픔과 감동이 단어와 문장 사이로 적절하게 흘러나온다.


줄리 삶에 공감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1. 우울증과 맥락이 비슷한 질병 ‘식이 섭식장애’를 7년 동안 앓았다. 끊임없이 절망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그 병을 떨쳐내기란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2. 우리 집에도 반려견 ‘바치’가 있다. 벙커만큼 극적으로 만났고 (2013년 3월 소나기 오던 날, 경북대 서문 근처, 버려진 소파 밑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 친구 덕분에 우리 가족은 늘 행복하고 즐겁다. 반려견이 주는 치유력을 매순간 경험하고 있다.

내 삶이 그녀 삶과 닮아있기 때문에 더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었겠지?


동대구행 KTX 안에서 에필로그를 읽었다. 폐에 종양이 커진 벙커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와, 정말 엄청 울었다. 꺼이꺼이 소리를 낼 순 없어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소리로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니, 눈물이 몇 배로 흘렀다.

내 이야기가 아닌데, 내 이야기처럼 울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온 바치를 힘껏 껴안았다.

'이 누나 또 귀찮게 이러네'

바치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힘껏 껴안았다.

바치야,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런 기도 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