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BTS팬이 된다

by 한글작가 이미나

<그렇게 BTS팬이 된다>

솔직해지자. 1년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난 BTS 무식자였다. 어쩌면 안티에 가까웠을지도.

투박한 그룹명에 조소하고 빌보드 차트 석권 기사엔 빌보드 명성을 의심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으니까.

반성한다. 이 모든 부덕은 무지에 기반한 소행이었음을.

그렇다면 방알못이던 내가, 어떻게 방탄소년단 5음절에 이토록 열광하는 팬이 되었을까.


때는 2017년 12월

눈과 귀가 닿는 곳마다 방탄소년단이 있었다. ‘도대체 얘네가 뭔데?’ 호기심이 일었다.

텔레비전을 켰다. 방탄소년단을 검색해 상위에 뜬 MAMA2016 무대를 클릭했다.


방탄소년단 MAMA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zPEiY65fkko


‘... 어?’

방탄소년단 팬이 되는 데는 7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되감기-재생 되감기-재생. 보고 또 봤다. 계속 봤다. 그 자리에서 홀린 듯 40분을 봤다.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찾아온다더니, 그 길로 난 BTS팬이 되어버렸다.

그날부터였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네모창에 방탄소년단을 검색했고

상세하게 안내해주는 유튜브를 따라 방탄소년단 영상을 찾아봤다.

열심히 그리고 열렬히.


방탄소년단레전드무대 방탄소년단연말모음 방탄소년단쩔어레전드 방탄소년단라이브

방탄소년단외국인반응 방탄소년단직캠 지민직캠 지민라이브 지민애교 지민춤 지민레전드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


홍수처럼 범람하는 영상을 천천히 소화시키며, 그들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출구 없는 길에 발을 들인 상황이랄까. 퇴로 없는 전장에 출전한 기분이었다.

난 직감했다. 방탄소년단을 알아버린 이상, 그 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음을.


방탄소년단은 취미와 관심을 넘어, 내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가령, 이런 식으로.

아침이면 현관에 나가 종이 신문부터 집어 들던 나는, 지금은 눈 뜨면 휴대폰으로 방탄소년단 기사를 먼저 검색한다. 밤중 올라왔을 기사를 정독하고 이웃 블로그에 들어가 새로운 지민 영상을 차례로 확인한다(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 선배 팬은 평균 9분 간격으로 지민이 사진과 영상을 부지런히도 올리는데, 정말이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 덕에 내 휴대폰 앨범에는 지민이를 비롯한 방탄 영상만 331개에 달한다). 내 칼럼을 스크랩하기 위해 신문을 펼쳐 들던 내가 요즘은 방탄소년단 관련 칼럼을 우선 찾아 읽고, 사설을 읽으며 사회 반향을 살피던 내가 이제는 방탄소년단 기사에 밑줄 그으며 메모한다.


KakaoTalk_20190214_232125699.jpg 휴대폰 앨범 BTS 사진과 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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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일까. 연예인 이야기는 대화 식탁에 올리지도 않던 내가,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도 불사하고 대화 맥락에 상관없이 방탄소년단을 초대해 그들의 ‘남다름’을 전파하게 되었고, 영화관은커녕 텔레비전도 잘 안 켜던 나는 굳이 영화관을 찾아서 방탄소년단 영화를 관람하고 유료 결제까지 해가며 방탄소년단 출연 프로그램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난 BTS팬이 되었고, BTS팬으로서 이렇게 그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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