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日, 맥문동茶
맥문동. 이름은 낯선데, 얼굴은 익숙하다. 알고 보니, 맥문동을 감상하며 라벤더로 착각했던 것. 이름이 독특해서 찾아보니, 보리(麥)와 비슷하고 겨울(冬)까지 살아있어서 맥문동이라고 한단다. 여리고 우아한 몸짓인 라벤더와 달리, 맥문동은 굳세고 강하다.
끓인 물에 티백(tea-bag)을 2분 정도만 우렸다. 맑고 구수하다. 보리차보다는 진하고, 돼지감자차보다는 연하다. 제법 오래 담근 뒤 마셔봤다. 향이 확연히 다르다. 갓 쪄낸 옥수수 향. 좋아하는 맛이다.
맥문동은 끝 향이 특징이다. 짜다. 소금기 짠맛은 아니고, 녹차의 쓴 향도 아니며, 잎차의 떫음과도 다르다. 혀끝에 진한 맛이 오래 남는데, 그 맛을 ‘짜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맥문동은 꽃인데, 효능은 약이다. 예부터 어른들은 기력이 쇠할 때 맥문동을 달여 마시며 피로를 회복했고, 약사들은 감기 몸살과 폐·기관지염 환자들에게 맥문동을 처방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맥문동은 차보다 약초에 가깝다.
라벤더가 한창이라던 7월 말, 북해도에 다녀왔다. 슬프게도, 작년부터 급격히 진행된 이상기후 탓에 라벤더는 다 타버린 상태. 라벤더꽃은 사진으로, 라벤더 향은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해야 했다.
3박 4일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랑은 귀국한 날부터 목이 잠기고 기침을 하더니, 몸살을 앓았다. 휴가차 떠난 여행인데 신랑에겐 고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겹친다.
볶은 맥문동차 티백을 따듯한 물에 우려, 신랑에게 한 잔 내주었다. 처음 마시는 차라 생소할 법도 한데 구수한 향이 좋은 건지, 이로운 효능에 끌린 건지, 후후 식혀가며 한 잔을 비운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일본에서 라벤더는 보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라벤더 닮은 맥문동차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랜다.
여독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