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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Jun 24. 2016

2016 6 23

동그란, 너무 동그란 공이 한 개 놓여 있었다.

다가가서 번쩍 들고 끌어안았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사실은 많이 지났다.

공은 날카로운 세모 모양으로 변했다. 가슴을 찔렀다.


집에 오니 선인장이 말라 있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말라가는 선인장이었다.

선인장이 죽는 집에서 내가 어떻게 사는 걸까? 살아만 있고, 사실은...


영화를 보고 왔다고 엄마가 메시지를 보냈다.

지구를 구하는 영화였는데, 제목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스케일이 크고 재미있는 영화였어, 엄마는 말했다.


제목은, 어쩌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그건... 부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래서 이름도, 어쩌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내 이름은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


낮에 후배들과 회의를 했는데, 엉뚱한 사진관을 '무엇이 나를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사진들로

채우자고 결론 내렸다. 무엇이 나를 채울까?


세모? 선인장? 엄마?


나는 저 동그란 공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고, 지금은 밤이 되었다.

나는 안다. 공이 변하는 게 아니다.


위스키를 마셨다. 더 글렌리벳 나두라. 무려 55.7%인데, 벌컥 들이켰네.

A는 말하겠지. 나답지 않다고.


목이 아프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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