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늦은 밤

by 미나미

첫 여행의 설렘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낯설지만 즐거웠고

그 두근거림이 문제였나 거짓말을 했다.

여행지에서는 아주 다른 사람처럼 굴었다.

'가난하지 않다.'

'여유롭고, 행복하다.'

'나는 어른이다.'

줄곧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여행 중 다른 세상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달랐다.

잘 포장된 좋은 소재의 새것.


'잘만하면 미래가 바뀔지도 몰라.'

'이 여행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그날 아주 위험한 꿈을 꾸고 말았다.


여행은 끝났지만, 인연은 남았다.

어렵게 이어낸 이 인연을 끊지 않으려면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것은

학교도, 직장도, 가족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급히 등을 돌렸기 때문일까.


쫓겨나서 갈 곳이 없다.

일단 짐을 챙겨 버스를 탔다, 가야 한다.

드디어 그날이 왔으니까

그렇게 꿈꾸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테니까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위로한다.

'다 잘될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마.'

'혼자가 아니야.'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어두운 밤 문을 두드렸고 열린 문 너머

작은 짐가방 하나를 들고서는

내리는 비를 쫄딱 맞고선 몸을 떨며 울던

18살 소녀가 서 있었다고 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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