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열면 큰 집이 나오고
마당을 걸어 들어가 담벼락 끝까지 가면
어른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쪽문이 보였다
좁은 문을 열면 보이던 주방
그 벽에는 더 작은 문이 하나 있었고
그 안의 한 칸 방이 세 가족의 집이었다.
바닥에 이 불 한 채 깔면 발 디딜 틈도 없는
장롱하나가 전부인 작은 방 한 칸.
가난이 싫어서 모든 걸 걸었다는 여자는
아이를 가지게 되어 고교중퇴 후 집에서도
쫓겨난 채 찾아간 남자를 보고 절망했다 한다.
자신과 별 다를 것 없는 가난에 화가 났다고
더 나은 삶을 바랐는데
왜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을 한 건지
아니 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다니
여자의 가난을 없애주지 못한 아이는
더는 여자에게 필요 없는 인연이었을 거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아이에게
여자에 대한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아이의 기억 속엔 늘 울고 있던 할머니뿐이다.
어린 시절 여자와 함께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마당에서 주인집 딸과 나를 함께 씻겨주던
여자의 모습만은 선명하다.
주인집 딸과 서로 마주 보고 키득거리며
꽤 즐거웠지만 여자는 꽤 무서운 얼굴이었다.
잘못해서 혼이 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어린 소녀의 희망은 절망이 되었다.
그렇게 엄마가 되고, 어른이 된 여자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희망을 찾아야 했다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더 큰 실수를 하게 된 걸까
하지만 그것도 어쩌면 실수가 아니었을지도.
그 여자에게는 늘 계획이 있었다
다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잘 풀리지 않았을 뿐.
가끔 궁금해진다
나는 여자에게 언제부터 쓸모가 없어졌을까.
언제부터 나를 그렇게
메마른 눈으로 바라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