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 순례의 서막
군산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전국 5대 빵집 투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산시내 한복판에 있는 이성당 빵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전국 3대 빵집 안에 들만큼 인정받는 군산의 명소이다. 2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급격히 발달한 스마트폰의 SNS상으로 각 지역의 여행 명소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생겨나면서 덩달아 누가 정했는지도 모를 전국 5대, 전국 3대 맛집, 빵집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지역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 맛보아야 할 것 등을 소개하면서 굳이 일일이 여행지를 서치 하지 않아도 쉽게 접할 수 있는 SNS상의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여행지를 정해주었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국의 유명하다는 빵집에 대해 호기심이 잔뜩 생겼다. 유명한 빵집들이 단순히 SNS 홍보에 의해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역사 있는 빵집들이었기에 충분히 가볼만한 그 지역의 명소였다. 우연히 대전에 들렀다 성심당 빵을 접한 이후로 전국의 이름 있는 빵을 모두 섭렵하겠다고 결심했다. 성심당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곳이 군산의 이성당이었기에 사실 떠날 기회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군산으로 정해져 있던 것이었다. 그 시기가 쓸쓸했던 크리스마스 시기와 겹쳐 빵과 함께 겨울 군산의 매력이 배가된 것이다. 가창오리 군무를 본 다음날 처음 먹었던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은 서울에서 다시 조우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빵이 되었다. 역시 맛의 기억이란 그 도시가 주는 황홀한 여운까지 함께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군산의 이성당 이후로 그다음 해 내일로 기차여행을 하면서 일본 친구와 함께 전국의 빵으로 유명하다는 도시만 쏙쏙 골라 빵 투어를 완성했다. 그 예로 안동의 맘모스 제과, 횡성 안흥찐빵마을, 전주의 초코파이, 광주의 궁전제과까지. 그 이후로도 굳이 크림치즈 바게트와 새우 바게트를 맛보기 위해 전주에 사는 친구와 목포에서 만나고, 집에 있기 답답하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가 근대문화유산 투어를 하면서 마약 옥수수빵의 본점을 순례하고 오기도 했다. 그 후로 그 마약 옥수수빵은 큰 성공을 거둬서 이제는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서든 맛볼 수 있게 되었고 이성당의 빵들도 서울에서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본점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본점이 위치하고 있는 도시의 분위기가 담긴 빵의 맛이 있다. 빵지 순례는 그 맛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