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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Dec 10. 2018

욕심



미남컴퍼니가 3주년을 맞았습니다. 회사를 차릴 때 저는 바람이나 목표 같은 것이 없었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 정도만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일도 주겠거니, 라는 생각도 조금은 했습니다. 

저는 피처에디터로 10년 넘게 살았습니다. 에디터는, 돌아보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비교해보면, 거의 작가처럼 일합니다. 브랜드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 때조차, 에디터로서의 창의성을 어느 정도는 존중받습니다. 하지만 미남컴퍼니는 콘텐츠를 만드는 에이전시이고, 모든 일은 브랜드, 즉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의해 시작됩니다. 저는 저의 예술성보다 클라이언트의 바람, 동시대 상업인으로서의 현실 감각, 소문은 있으나 실체는 찾기 어려운 ‘트렌드’를 중요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3년을 해냈습니다. 제가 해냈다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해낸 거겠죠. 저는 여전히 엑셀 파일 하단의 탭을 변경하는 것도 잘 못합니다. 파워포인트 파일을 받아서 열면 서체가 깨져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전엔 직원들에게 쪼르르 가서 이거 왜 이래? 이거 어떻게 보는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지금은 혼자 알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발전이라면 발전이겠죠! 

뜬금없지만, 우리의 발전은 이런 것입니다. 나무가 많은 공원 근처로 사무실을 옮겼고, 야근이 아주 약간 줄었으며(그렇지? 맞지?), 인원이 17명으로 늘어났다는 거, 매일 찾아오는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으며, 제가 출장 때문에 열흘 사무실을 비워도 멀쩡히 일이 진행된다는 것, 자유롭게 음악을 틀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에어팟을 끼고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뭐 이런, 것! 

저는 언제나 성장에 대해 생각합니다. 규모의 성장, 자본의 성장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죠.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이면을 받아들이며 가슴의 열망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궁극적으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같이 일하는 후배들도 비슷한 바람을 갖고 있다면 좋겠는데… 어쩌면 저의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욕심으로 유지한, 버틴, 기어이 지나온, 3년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여러분들의 지지와 존중이 더해졌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더 건강해지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미남컴퍼니 식구들 모두, 건강 또 건강하겠습니다. 그것이 저와 우리가 여러분들이 주신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겠죠. 


2018년 12월 4일 미남컴퍼니 대표 이우성

그리고 안누리, 신연실, 제형준, 황문정, 김민지, 박꽃님, 김주현, 김민주, 안예슬, 박소영, 이주원, 김병호, 황유나, 안재준, 강석영, 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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