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에 잠깐 아빠를 보려고 집에 갔다.
“아빠!”
“응, 우성이 왔냐? 회사는 어떡하고?”
“가봐야죠.”
엄마는 외출 중이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온 김에 외출할 때 입는 바지로 갈아입어야 엄마가 오후에 덜 힘들다고 말씀하셔서 아빠 바지를 갈아입혀 드렸다. 먼저 아빠가 의자에서 일어나고 나랑 같이 바지를 내리고 자리에 앉아서 왼발을 들면 내가 왼발에서 바지 다리 부분을 빼고, 이어서 오른발. 입을 때는 역순. 그리고 아빠가 다시 일어나면 내가 바지를 배까지 올려드리고 끝.
“잠깐만 누워서 쉴 테니까 저기 어디 좀 있어.”
아빠가 말씀하셨다.
뾰롱이가 아빠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저, 회사… 가야죠?”
“… 가야 되지?”
“네…”
아빠가 환자 침대에 누워 겨우겨우 자리 잡는 걸 보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봄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나무들이 날아갈 것 같았다. 언젠가 아빠를 보내 드려야 할 때는 단단한, 어마어마하게 단단한 나무 아래에 집을 지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고 절대 약해지지 않게. 절대 떠나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