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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Apr 28. 2022

그냥 봄 나무가 예뻐서

어느 날, 아빠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어. 네가 둘이 나란히 서서 포즈 취하라고 했을 때." 엄마는 오후의 감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뒤에서 대기 중이던 자동차가 경종을 울렸다. 나는 전화기 너머의 엄마에게 말했다. "죽긴 왜 죽어." 뒤늦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상이 출렁였다. 모두 다 서둘러 다음 생애로 가는 걸까? 

일박이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 드린 후 나는 출근했다. 오후에 엄마가 전화를 걸어, 아빠가 영정 사진으로 어떤 걸 쓰면 되는지 말해주었어,라고 했다. 그래서 아빠가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았나, 나는 혼자서 유추해보았다. 엄마가 아빠에게 카메라 좀 봐요,라고 말했지만 아빠는 못 들었는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문득 마지막 인사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일까. 엄마 아빠 모두.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영정 사진 얘기 왜 했어요? 그런 생각하지도 마세요." 눈물이 나서 울었다. 엉엉. "아니, 준비는 해둬야 하니까." 내가 울자 아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 경우는 처음인데. 아빠도 눈물이 나서였을까? 아빠도 나와 엄마와 형과 헤어지는 게 싫고 두려운 것일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조금도, 정말 조금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다시, 뒤에 있던 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재촉했다. 그냥, 새벽의 봄 나무가 예뻐서 나란히 서라고 한 것뿐인데... 혼잣말을 하며, 도로 위의 나와 나의 자동차를 생각했다.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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