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키네시아
학교에는 세 동의 건물이 있다. 각각 예쁜 이름이 있지만, 편하게 1동 2동 3동이라 부르자. 우리 교실은 3동에 있다.
2동과 3동 사이에 '에코스쿨'로 이름 붙여진 작은 생태공원과 같은 공간이 있다. 다양한 꽃나무와 관목, 꽃이 자라고 바닥을 덮은 이끼나 잡초 사이로 개미, 쥐며느리, 사마귀 등 여러 곤충들이 산다.
아이들은 이곳을 좋아한다. 날 좋은 날이면 점심을 먹은 후 잠깐 이곳을 함께 산책한다. 과학 시간에 학교 안 식물과 동물을 관찰할 때 이곳에 온다. 또 방과 후에 잠깐잠깐씩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온통 벽돌과 콘크리트로 가득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이곳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자연은 늘 누구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떨어진 나뭇잎이나 풀잎을 주워드는 아이, 살아있는 곤충을 집어 손바닥에 올리는 아이, 그저 뛰어다니면서 잡기놀이하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서 그렇게 느낀다.
나도 이곳을 좋아한다. 출근길에, 걸어온 방향에 바로 출입구가 있지만 직행하지 않는다. 꼭 이곳을 거쳐서 다른 쪽에 있는 출입구로 간다. 매일 달라지는 이곳 식물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6월의 어느 날, 이곳에서 피어난 새로운 꽃을 발견했다. 꽃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꽃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귀를 뒤로 젖힌 아기 토끼'이다. 꽃잎들이 가지런히 머리를 빗어 넘긴 것처럼 아래쪽을 향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아기 토끼들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 꽃의 이름은 '에키네시아'라고 한다. 나는 이 꽃의 별칭을 '피터'로 붙여주고 싶다. 영국의 동화작가 배아트릭스 포터의 <피터래빗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 캐릭터 피터, 호기심 많고 모험을 좋아하는 피터.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것을 하다가, 가지 말라고 한 곳에 갔다가 혼쭐이 나고 집에 돌아오는 피터. 집에서 피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마의 험상궂은 얼굴과 야단 대신 따뜻한 포옹과 차. 이런 엄마의 사랑을 먹으며 피터는 제한에 순종하며 그러나 또한 마음껏 호기심과 모험심을 충족시키며 밝은 아이로 자라 간다.
피터는 우리 반 아이들을 닮았다.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친다. 어디라도 갈 수 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포도나무가 끝이 없이 뻗어나갈 수 있고 무엇에든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 가지들이 올라 탈 지지대, 격자 지지대를 따라 자랄 때에만 가장 햇볕도 많이 받으면서 해충에 노출되지 않아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넘치는 에너지와 뻗어나가고자 하는 욕구에 어떤 '제한'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학급의 규칙과 교사의 지도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한이 때로는 불편하고 싫겠지만, '순종'할 때 더 건강하고 풍성하고 튼실한 열매라는 '축복'을 얻게 된다.
귀를 젖히고 아니 어쩌면 쫑긋 세우고 엄마 말씀에 귀 기울이는 '피터'를 닮은 꽃 에키네시아처럼 우리 반 아가들이 제한에 순종하며 그들의 안전한 울타리에서 마음껏 활개 치며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교사인 나는 피터의 엄마처럼, 따뜻한 포옹과 차를 때에 맞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