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터의 아름다움

- 수레국화

by 미나뵈뵈


<내가 사랑한 꽃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당신이 '가다가 주웠어!'처럼 보내준 사진 두 장이 내 마음을 움직여 글을 쓰게 합니다.


사진을 보자마자 제가 '와~~!! 여기가 어디예요? 어쩜 이렇게 예뻐요?"라고 했던 것 생각나요?


빈 터에 흐드러지게 핀 이 아름다운 파란색 꽃, 다른 사진에는 흰색, 분홍색, 보라색, 자주색도 있네요.


이름도 몰라서 검색해 보니 '수레국화'이네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꽃이지만 태생이 들국화래요. 어쩐지 너른 들판에 무척 잘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전까지, 그냥 잡초처럼 빈 터가 있으면 어디서든 맘껏 퍼져 나가면서 자란 식물이래요. 당신이 수레국화 가득한 들판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해, 심지어 꿀벌이 내려앉은 꽃송이까지 잘 포착해 찍어두어 제가 한 편의 글을 써 내려갈 소재를 제공해 주었어요. 감사해요!




이 사진이 특별한 이유는, 이 수레국화가 자라고 있는 빈 터가 우리에게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다롄에서 옌타이로 건너가 당신이 먼저 근무하기 시작한 그 한국학교 부근에 있었던 빈 터에서 찍었다고 하셨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사진기'를 들고 낯선 도시의 이곳저곳을 찍으러 다닌 당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진 속 어딘가에 들판에 핀 수레국화의 아름다움을 찍는 외로운 한 사람의 그림자도 보입니다. 외로운 사람에게 '아름다움'이 더 잘 보이는 것이겠죠? 수레국화도 허허벌판에 '외로워서' 더 많이 퍼져나가고 서로 의지하며 함께 모여 피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겠죠? 그저 저의 말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제가 쓰는 공식은 빈 터의 아름다움, 즉 외로움 = 아름다움입니다.


몇 년 뒤, 우리가 옌타이로 이사 왔어요. 우리 다섯 식구가 다시 완전체로 생활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근무했던 학교에 아이들도 다니기 시작했고요.


언젠가부터 굴삭기들이 그 빈 터를 고르기 시작했어요. 체리밭이었던 곳에 한국학교 건물이 들어섰듯이, 수레국화로 가득했던 빈 터엔 아파트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죠. 당신의 외로움도 사라졌고 빈 들의 외로움도 사라졌습니다. 시끌벅적하고 사람이 많이 드나든다고 해서 꼭 외롭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요.


외로웠던 땅의 아름다움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중국에서의 생활 이야기를 닮은 것 같네요. 옌타이에서의 6년 동안은 당신을 좀 더 알고 더 사랑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우리 두 사람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간 시간이었지요. 당신이 던져 준 사진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