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뮬리
'핑크뮬리'라는 식물을 처음 접하고 신기해했다. 억새와 비슷한 것 같지만 줄기와 꽃이 훨씬 가늘고 작다. 함께 몰려있을 때, 꽃에 솜털이 있는 듯한 인상이다. 솜사탕 같기도 하다. 색깔은 갈대나 억새를 핑크색으로 염색해 둔 듯한 느낌이다. 예쁘다기보다는 오묘하고 뭔가 인공적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에 있다고 들었는데, 집 근처 공원에까지 심어놓아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그 사이로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핑크빛 바다, 그 물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처럼 일렁인다. 파란 바다의 푸르고 흰 파도가 아니라, 핑크빛 파도이다.
파도를 사랑한다.
거대한 물의 창고로부터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것.
하얀 거품을 내며 어김없이 달려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래와 돌들에
때론 잠잠히
때론 한바탕
천둥 같은 소리 내며 자신을 쏟아내고
물러가는 파도.
"우리가 다 그분의 충만에서 받았으니,
은혜 위에 은혜였다." (요 1:16, RV)
Grace upon grace!
은혜 위에 은혜!
이 표현을 사랑한다.
다함이 없는
늘 준비되어 있는,
광활한 창고로부터
밀려와
주고 또 주는
이 은혜의 물결.
때론 잠잠히 적셔주고
때론 격렬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
이 은혜가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