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드라미
"삐빅, 각자 제 위치!"
"OO야, 공 잡고 있지 말고 빨리 패스해야지!"
"괜찮아! 잘했어!"
아침부터 학교 운동장은 시끌벅적하다.
아침 7시 30분~ 8:30분.
학교스포츠클럽 남자 축구부의 연습 시간이다.
봄부터 그 뜨거운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지도교사의 우렁찬 함성,
공을 쫓아 종횡무진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선수들,
학교 간 대회가 있고 나면, 교내 메신저로 전해지는 승전보.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모두 모두 고생하셨어요. 축하해요!
"참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이 더운데..."
"네, 정말요. 애들도 선생님도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해서 그렇겠죠?"
가슴속에서 이글거리는 무언가,
달콤한 아침잠의 유혹, 모래먼지, 몸을 녹일 듯한 땡볕, 쌀쌀한 바람도 막을 수 없는. 속에서 밀어내는 무언가가 그들을 이 운동장으로 불러왔다. 맹훈련을 달갑게 하게 한다.
그 무언가를 우리는 '열정'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 낱말과 딱 어울리는 식물을 발견했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놓여있는 커다란 화분에서.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심어 놓은 꽃 종류가 바뀌는데, 이 가을엔 맨드라미가 우뚝 서서 자라고 있었다.
색깔이 너무나 강렬하지 않은가? 목청 다해 아침을 부르는 수탉의 머리 위에 있는 그 벼슬을 닮은 이 꽃은 '나는 열정'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듯하다. 꽃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에도 짙은 붉은빛이 돈다. 매일 아침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훈련하는 학교스포츠 클럽 축구 선수들의 마음속을 대변하듯. 또한 힘차게 달리라고 응원하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9월에 전학 간 우리 반 남자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열정의 사나이'라고 이름 붙여줄 만한 특성을 많이 지녔었다.
놀이에 무척이나 진심인 친구였다. 보드게임이든 아무 도구 없이 하는 놀이든 때때마다 새로운 놀이를 가져와 친구들을 모았다. 규칙을 설명한 후, 놀이를 하다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면 선생님을 찾아와 격앙된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선생님을 쳐다보기 위해 들어 올린 턱 아래로 핏대 세운 하얀 목이 인상에 남아 있다.
1학기 말, 음악시간에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개인이나 모둠으로 곡을 정하고 노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악기로 연주하며 발표하는 시간이다. 우리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응원가를 부르겠다고 하였다. 발표 날,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 받아 적었다며 A4 용지 가득 가사를 적어왔다.
'와, 대단한데! 적느라 엄청 손 아팠겠다.'
좋은 데,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른다는 데 손 아픈 것이 대수이랴! 아이는 신나서 가사 한 줄 한 줄 힘주어 불렀다. 즐기는 사람을 누가 이기랴! 아이가 부른 응원가를 첨부해 본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나는 우리 반 친구 덕분에 알게 되었다.
<끝까지 달린다>, 길기판 https://youtu.be/vGgjJqGA9Jc?si=LTBiLjH-89-d9pj1
가끔씩 그 아이가 생각날 때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가사 적힌 A4 종이를 들고 오른팔을 흔들며 노래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그 아이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지를 분명히 남기고 떠났다.
누구나 다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무언가, 몰두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로 살아있게 하고 힘을 내게 하며, 삶에 의미를 더한다. 달리는 노정에 분명히 어려움, 낙심, 좌절도 있겠지만 저 응원가의 가삿말처럼 "끝까지 달리자!"
나는 믿음의 노정에 들어서 있고, 믿음의 경주를 달리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열정은 '믿음'이라는 불덩이이다. 나도 이 경주를 끝까지 달릴 것이다. 히브리서의 격려의 말씀을 되새기며.
"그러므로 이렇게 많은 구름 같은 증인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도 모든 무거운 짐과 우리를 쉽게 얽어매는 죄를 떨쳐 버리고, 인내로 우리 앞에 놓인 경주를 합시다.
우리 믿음의 창시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주목합시다..." (히 12:1~2 상, R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