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사랑

- 상사화

by 미나뵈뵈

이 꽃의 색은 20대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색이라고 느꼈다. 이름을 알고 나서는 더욱.


이 꽃의 이름은 상사화(相思花 )이다. 꽃이 필 때에는 잎은 이미 말라서 꽃과 잎이 서로 보지 못한다고 하여 상사화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위키백과).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보지 못하여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만날 날을 고대하며 서로를 항상 생각하는 꽃.


어느 여름날, 퇴근하다가 학교 안 담벼락 밑에서 이 꽃을 발견했다. 자주 지나가는 곳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예쁜 꽃이 눈에 들어와 놀랐다. 사진에서처럼 잎은 보이지 않고 기다란 초록 대위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었다.


'신기하다! 이건 무슨 꽃이지?'


꽃잎에서 연분홍빛 실크 블라우스처럼 광택이 난다. 가늘고 길게 뻗어 나온 수술은 누군가의 속눈썹 같다. 20대 젊은 여인네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아무런 치장 없어도 가장 아리따운 시기.

젊음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시기.


그러나 한 면으론 아직 불안정한,

쉽게 흔들리는.

자리 잡기 위해,

내 자리가 어디인지 찾는 시기.

모호함을 견디는 시기.

확신하지 못함을 견디는 시기.

외로움을 견디는 시기.

사랑의 생성과 소멸 경험하는 시기.

누군가에게 또는 어느 자리에

귀속되어 얻는 안정감을 찾기까지

기다림을 견디는 시기.


20대는,

나에게 그러한 시기였다.


20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랑'이었다. 20대의 사랑은 눈빛이 머무는 곳에서 생성되었다. 두근거림과 설렘, 그리움, 애달픔의 정거장을 지나쳤다. 듣고 싶었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서툴렀다. 그리하여 사랑은 서서히 소멸되었다.


그 사랑에 대한 미련이 없다. 다만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가정을 이루어 20여 년 넘게 함께 한 부부간에 또한 부모와 자녀 간에 경험한 사랑으로 인해 모호함은 사라졌고, 불안정함이나 흔들림이 사라졌다. 20대의 설익은 사랑보다 훨씬 깊고 농도 짙은 사랑으로 이 사랑은 여물어가고 있다. '오래 참음'과 '서로를 짊어짐'(엡 4:2)이라는 미덕들 덕분에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20대에 들어 선 자녀들을 보며 생각한다.

'너희들도 상사화와 같은 사랑을 경험하게 되겠구나.'

'너희들도 모호함과 불확실함, 불안정함, 흔들림,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을 견디는 수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겠구나.'

'20대는 본성상 그럴 때인 것 같아. 아프면서, 흔들리면서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시기.'

'난 다만 너희 뒤에서 기도할게. 아프지만, 흔들리지만 견디는 법을 배우며 단단해져 가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영의 넘치는 공급을 인해 (빌 1:19상).'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