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 데이트
지인 중에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덕분에 유쾌한 데이트를 두 건이나 하게 되었지요.
<전시회 데이트 1>
지난 9월, 서양화를 전공한 동료교사가 개인전을 열었어요. 퇴근 후 매일매일 1여 년간 그려나간 수채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그녀의 삶 속에 발견한 '기쁨의 조각들(전시 주제)'을 무수한 붓 터치로 표현했어요.
"얘들아, 엄마 생일 기념으로 '전시회' 보러 가자."
아이들이 흔쾌히 동의하여 막내와 저는 같이 움직이고, 큰 애는 학교에서 바로 전시장으로 오기로 했어요.
먼저 지하철 역에 도착한 우리가 어디쯤이냐 물으니 거의 다 왔다 하여 지하철 역 입구에서 기다렸어요.
계단을 올라와 저를 발견한 큰 애가 "엄마!" 부르며 노란 소국을 감싼 꽃다발을 건넸어요.
"전시회 작품에 걸어 두려고 샀어?"
"아휴, 엄마! 엄마 생신이라 산 거지요. 생신 축하드려요!!"
"와, 고마워~~!!! 예쁘다!"
전시회를 연 선생님을 위해 꽃다발을 샀더라도 내 마음은 흐뭇했을 거예요.
애들도 아는 선생님이라, 아이들이 샀다고 하면 그 선생님도 무척 좋아하셨을 테고,
저는 우리 애가 전시회 갈 때의 예절도 아는구나 생각하며 대견해했을 거예요.
엄마 생일날의 전시회 관람이라 '꽃'의 의미가 중첩될 수 있다는 걸 아이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마침 그날은 선생님이 전시회장에 나와 있지 않은 날이어서 오해나 서운함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개인전에 대한 축하의 마음은 아빠와 엄마를 포함한 몇몇 교사가 멋진 꽃수레로 미리 건넸으니, 오늘 아이의 꽃다발이 '엄마'를 위한 것임은 용납될 수 있을 거예요.
아이가 준 꽃다발을 들고, 기쁨의 조각들을 그려낸 선생님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그 시간이 참 감사했답니다. 그 순간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기쁨의 조각이었어요.
<전시회 데이트 2>
첫 번째 데이트는 세 자녀 중 첫째와 막내와 함께했고, 두 번째 데이트는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둘째와 함께였어요.
친지분 중에 사진작가가 있어요. 벌써 20년 차라고 하시네요. 사진전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화드렸는데, 마침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협회 전시회가 10월에 2주간 열린다고 하셨어요.
휴가 나온 둘째에게 예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몇 해 전 한 번 뵈었던 친지분께 인사도 드릴 겸 함께 가자고 하니 둘째도 흔쾌히 동의했어요.
출발역 근처에 꽃집이 있을까 둘러봤는데 없어서 일단 승차. 다행히 목적지 지하철 역에 꽃집이 있었답니다. 이 꽃 저 꽃 둘러보다가 결국 저의 선택은 빨간 장미였어요. 강렬한 색에 내 마음을 담자 하는 마음이었죠.
사진전 관람에 대한 기대와 군인 아들과 함께 간만의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뭇 들뜬 걸음으로 전시 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네요.
친지분이 밝은 미소로 우릴 맞아주신 후,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 주셨어요. 작품마다 그 작가가 찾아간 곳, 바라본 대상, 기다린 시간, 포착한 풍경과 장면에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친지분의 작품은, 미국 서부에 워싱턴 주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팔루스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어 있었어요. 팔루스는 인구가 1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마을이라고 해요. 밀밭이 바다의 물결처럼, 모래언덕의 능선처럼 펼쳐져 있는데 자연광에 의해 각기 다른 색깔로 나타나는 아주 특별한 풍경을 찍으셨어요. 자연광이 그러한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어낸다는 게 놀라웠어요. 이국땅, 낯선 마을을 찾아가 그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며 사진에 담은 친지분도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그 작품 옆에 빨간 장미를 붙여 두니 뿌듯했어요. 화려한 꽃다발은 아니지만, 친지분의 열정과 애정과 노력에 존경과 갈채를 보내는 저의 마음이 거기에 걸려있어요.
전시장을 찾을 땐 아들과의 데이트라고 생각했어요. 관람을 마치고 저녁식사와 차를 마시며 친지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이 데이트는 친지분과 저와 아들, 세 사람의 데이트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한 삶을 꾸려가면서도, 사진이라는 이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가꾸고 펼쳐나가시고 계신 분과의 만남은 저와 아들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과 유쾌함을 선사해 주었답니다.
예술을 하는 지인의 전시회 덕분에 특별한 데이트의 기회를 갖게 되어, 꽃을 통해 아들의 마음을 전달받고 꽃을 통해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