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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Oct 19. 2024

자전거에 관한 에피소드 2

- 또 날아 올라~

바야흐로 때는 2019년 여름.


운동 신경이 좋아 온갖 종류의 운동을 시도해 보고 즐기는 둘째 아이가 수영장에 자유수영하러 다닐 때.


아이가 저녁시간대 수영하러 간 사이, 나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제 수영가방에 수건이 없네요. 안 챙겨 왔나 봐요. 수건 좀 가져다줄 수 있으세요?"

"그냥 옷으로 대충 닦고 오면 안 될까? 엄마 이제 장 보고 집에 가는 길인데..." 물으니,

"안 돼요. 제발 가져다주세요."

마음이 약한지라 "알겠어, 조금 기다려" 하고,

부지런히 집에 장바구니 내려놓고 수건 챙겨 길거리에 서 있는 전기자전거를 스캔해 수영장을 향해 출발했다.


참고로, 이때 우리 가족은 중국에 살고 있었고

우리 아파트 뒤에 큰 체육공원이 있었는데, 아이는 그 공원 내에 있는 수영장을 다녔다. 중국 땅과 건물의 크기는 넓은 땅을 맘껏 활용하기 때문에,

가깝다 해도 걸어가면 꽤 시간이 걸릴 거리라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기를 선택한 것이다.


여름이라도 저녁 9시가 가까운 시간이라서 주변이 어둑어둑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언가 또 생각지도 못한, 지금 생각해도 얼얼하기만 한 일이 벌어졌다.


검은 스크린이 1•2초 정도 머문 후에 다음 장면이 나타나는 영화처럼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저만치 쓰러져 있는 내가 탔던 전기자전거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차를 세워두고 나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와 인도의 보도블록 위에 앉아 있는 나.


나에게 다가온 그 중국인 남자는 내 뒤에서 차를 몰고 오다가 내가 또 '자전거에서 날아올라' 콘크리트 길에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걱정이 되어 도와주려고 온 모양이다.


괜찮냐고 묻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서 자신의 한국인 친구에게 전화 걸어, 이 사람 도와줄 일 있는지 통화 좀 해 봐라 하며 전화기를 내게 건넸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얼얼하여 상황을 파악하려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던 차에,

도움을 주려고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 사람이 참 고마웠다.


다행히 아주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아 나 괜찮다 하고

그 한국인과의 전화도 끊고, 중국인 남자도 보냈다.


보내고 나서 다시 저만치 쓰러져 있는 전기자전거에 가까이 가보니, 안경알이 심하게 긁히고 찌그러진 나의 안경과 수건과 휴대폰 담은 가방이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에게 전화해,  "엄마가 사고가 났어. 너한테 갈 수가 없다. 네가 엄마한테 오렴."


얼마 후, 수건이 아닌 자신의 옷으로 대충 몸을 닦고 부랴부랴 자전거 타고 나에게 온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환자가 되어 애들 아빠의 소독 처치를 받았다.

"악... 쓰라려요. 쓰라려..."

이번에도 얼굴과 팔, 몇 군데가 첫 번째 때와 비슷하게 긁혔던 것이다.


필름이 끊긴 것처럼 나는 왜, 어떻게 그 사고가 일어났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내가 어떻게 걸어서 인도 쪽으로 동해 보도블록 위에 앉아 있었는지도...


아마 길에 내가 보지 못한 턱이 있었나 봐... 거기에 자전거 바퀴가 세게 충격을 받아 튕겨졌나 봐... 하고 추측할 뿐.


다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안경만 망가졌지 내 눈이 다치지 않은 점, 심각한 출혈이나 골절 등이 없는 점, 친절을 베푼 사람들이 있었던 점, 다쳤다고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는 가족이 있다는 점에 너무너무 감사할 뿐이었다.


무척 강렬한 충격을 경험하게 했던 두 차례의 자전거 사고. 어쩌면 먼 훗날 이렇게 회고해 볼거리, 나의 글의 소재가 되어주기 위해 나한테 보내진 '선물 꾸러미'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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