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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Oct 19. 2024

오랜만에 아프다

올 2월에 중국서 귀국해 다시 한국에 살 집의 세팅을 마친 후, 남편이 먼저 된통 몸살을 앓았다. 나도 3•4일쯤 후에 편보단 덜 심했지만 그래도 감기 몸살로 며칠을 아팠다.


12년 중국살이를 마감하고 귀국하기 위해, 올해  1월을 거의 이사 준비로 보냈다. 한국에 보낼 짐, 중국에서 처분할 물건들, 버릴 물건들 류해서, 버리고 나눠주고 중고거래하고 해외이사업체 통해 짐 보내고...


이 모든 과정에 꼼꼼한 성격의 우리 남편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겠는가? 돌아와 세팅을 마친 후 그 간의 긴장이 풀리면서 아프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게다.


나는 3월 1일 자로 복직하여 담임을 맡아 3월 4일부터 10월 현재까지 건강하게 잘 달려왔는데, 갑자기 감기가 훅 들어왔다.


목이 칼칼하고, 간헐적인 기침과 옅은 색의 가래가 나온다. 병원에 들르니 열도 있다고 한다.


씩씩하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괜히 마음이 유약해지고 낮아진다. 붙들고 씨름하던 일들에 대해서도 금세 힘을 빼고 그저 한 번 바라보기만 한다. 애써 어떤 말을 내뱉지 않고... 일단 내 몸에 기운이 없으니...


50이 넘은 이 나이에도 여전히 씨름하고 있는 일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나의 자녀들에 대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가 정해 놓은 어떤 수준의 기대와 바람을 인해


뭔가 바꿔 놓고 싶어 하거나,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종종 좌절감도 느끼면서도 또 방법을 찾아 보려는 씨름...


그러나  아플 때는 이런 씨름에서 힘을 좀 놓을 수 있으니, 그래서 마음이 더 평안하니 이 또한 '선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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