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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Oct 21. 2024

이런 횡재가 있나?

- 뜻밖의 선물

"미나뵈뵈, 우리 등산로 걷고 왔어. 너네 집 정말 좋다. 이런 곳이 지척에 있다니!"

부지런한 언니들이 아침부터 집을 나서 아파트 뒤쪽에 있는 등산로를 발견해 걷고 돌아와서 하시는 말씀이었다.

지난 7월 말, 우리는 이사를 했다. 이사한 지 열흘쯤 됐을 때, 친정 언니들이 새로 이사한 집도 보고 여름휴가도 보낼 겸 멀리서 우리 집에 방문하셨다.

큰 짐 정리 마치고, 아직도 필요한 소소한 것들을 사서 채우느라 정작 집주인인 우리는 둘러보지 못한 우리 집 주변에서 언니들이 '보물'을 찾아낸 것이다.

언니들이 다녀간 지 2주쯤 지난 어느 토요일 아침,
나도 일찍 일어나 평소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갈 때 입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우리 동 입구에서 오른쪽 뒤편으로 가면 놀이터가 있고 울타리에 난 쪽문이 있다. 언니들이 찾아낸 곳을 더듬어 찾아보기 위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마침 딱 봐도 운동하시러 가시는 것 같은 복장을 하신 분들이 내 앞을 지나가시길래 따라가 보았다. 조금 따라가니 저 앞에 산으로 난 길에 사람들이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 가니 잘 닦인 산길이 왼쪽에 보이고, 오른쪽 평지에는 중간에 선 한 건물 둘레를 따라 맨발로 걷고 계시는 분들도 보였다. 나는 천천히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와! 숲이다!"

푸른 달개비꽃, 노란 달맞이꽃, 강아지풀,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야생화, 잡초, 엉켜 자란 덤불, 곳곳에 쌓인 마른 나뭇잎, 아직 어린 상수리나무, 키 큰 밤나무, 아카시아나무, 높이 높이 솟은 소나무, 이름 모르는 나무들... 나무줄기에 낀 초록 이끼, 넘어진 나무 둥치에 돋아난 버섯, 잘 닦아 놓은 등산로 중간중간 솟아 오른 굵은 나무뿌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뿌리들이 이 숲 전체를 지탱시켜 주고 있는 거겠지? 폭우가 쏟아져도 태풍이 몰아쳐도 이 산에 있는 것들이 다 씻겨 내려가 버리지 않도록...'


'저 하늘 가까이서 나부끼는 나뭇잎들 좀 봐! 이 뜨거운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고, 이곳을 걷거나 뛰거나 맨발로 밟는 모든 이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뿜어내 주고 있네...'

'언니들이 굉장한 보물을 찾았네. 이런 횡재가 있나? 이건 정말 뜻밖의 선물이야. 우리 아파트 거래가에 이곳 이용권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텐데... <연중무휴 ○○골 등산로 무료이용권>!!' 하하.

이 숲에 난 길을 따라 걸으면서 감동, 감탄, 감사를 연발하며 신나 하는 내 모습에 혼자 웃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이런 다짐을 해보았다.
'기회 되는 대로 와야지! 올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멀리 가 이 길의 끝까지 가봐야지! 우리 집 방문하는 분들께 꼭 자랑해야지! 같이 걸어보실래요?라고 권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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