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둘째 군입대 후
아버지, 어머니!
올해 1월에는 편지를 두 통이나 드립니다.
지난번에 부모님께 편지를 쓰니 글이 술술 잘 써져서 오늘도 편지를 시작합니다.
부모님 전상서 9를 쓰고 나니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결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은 욕구가 발동하는 듯합니다.
지난주에 저희 목소리 들으셔서 좋으셨어요?
오래간만에 저희가 방문했지요?
전북 임실 호국원
파란 하늘, 높은 산자락 아래 줄 맞춰 서 있는 묘비들.
언제 온 눈인지 발자국 하나 없이 묘비가 선 땅을 두텁게 덮고 있는 하얀 눈.
고요하고 차가운 공기를 흔들어 놓은 건 우리들의 등장.
아버지 어머니 묘비 앞에 새로 산 조화를 예전 것 옆에 꽂아 항아리를 꽉 채우고,
형부, 큰언니, 셋째 언니, ○서방, 저, Timothy, Grace 빙 둘러서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찬송 불러 드렸죠?
부모님 사랑합니다! 외치며 사진도 찍고...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들 웃음 가득, 표정이 아주 밝았어요.
한 면으로 부모님을 추모하러 왔는데, 이렇게 활짝 웃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가 함께 와서 우애 있게 잘 지내는 모습, 건강한 모습, 웃는 모습 보여 드릴 때 부모님께서 흐뭇하시지 않겠니? 하는 말에 ‘아멘’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자녀들이 슬픔에 잠겨있거나 삶의 무게에 지쳐 웃음을 잃은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그럴 때도 있는 것이 인생이긴 하지만요.)
지난 월요일에 Timothy를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왔어요.
전 날 저녁에 머리를 깎았는데... 하하.
얼마나 ‘세게’ 보이던지... 험악한 일본 순사 같았어요.
어릴 적 빙글이를 타다가 고꾸라져서 꿰맸던 자리에 머리카락이 나지 않아 한 일(一) 자 흉터가 보이더라고요. 머리카락이 덮고 있을 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인데, 머리 깎고 두상이 훤히 드러나니 그 기억도 같이 드러났습니다. 그때 Timothy가 두 살밖에 아니었는데... 제가 깜짝 놀라 부랴부랴 택시 잡아 병원 데려가 꿰맸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현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터라 기사님은 무료로 데려다주신 거였죠. 그때 우릴 태워주신 택시 기사님을 기억하시고 축복하소서!
Timothy는 입소일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주변 정리를 다 마치고, 만날 사람 다 만나고 교회 형제자매님들의 몇 차례 따뜻한 식사 대접,
가족과의 여유로운 제주도 여행, 이모들과의 짧은 만남의 시간을 누리고 나니
뭔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에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나 봐요.
입소날 아침, “드디어 간다!!”라고 외치더라고요.
씩씩한 우리 Timothy,
할아버지 말씀처럼 지구촌 어디에 던져 놓아도 잘 살아갈 Timothy.
장난기 많고 모험심 강한 아이.
한 번 꽂힌 것에 집요하게 몰두하는 아이.
전형적인 E이지만,
생각도 많고 마음도 여려 종종 눈물을 보이는 아이.
입은 옷, 입을 옷, 사용한 물건, 사용할 물건을 제 방 곳곳에 벌려 놓고 외출하지만,
자신이 공부하는 것, 운동하는 것, 배운 것, 느낀 것 등을 기록으로 잘 남겨두는 아이.
세 아이 중에 가장 존재감을 뿜뿜 나타내는 우리 Timothy가 ‘난 자리’를 볼 때마다 쓸쓸함이 찾아들지만, 시간은 빨리 흐르니 휴가 때 나와서 한바탕 시끌벅적하게 할 Timothy를 그려봅니다.
입소식이 2시여서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잠깐 화장실 들러 가족들 앉는 자리 찾아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니 그 사이 입영장병들 운동장으로 나와 모이라는 공지가 있었는지, Timothy가 벌써 운동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아이, 어떡해. 마지막으로 안아주지도 못했는데...'
마침 안에 빨강 후드티를 입고 검은 외투를 걸쳐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더라고요. 계속 눈을 떼지 않고 그 빨강 후드를 쳐다봤어요. 입소식 끝부분에 장병들은 가족이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려 손을 흔들라고 할 때, 크게 손 흔들며 ‘Timothy, 파이팅!’ 외치면서 울컥했네요. 마지막으로 안아주고 보내지 못해 아쉬웠는데, 입소식을 마치고 훈련소로 이동하기 위해 줄 맞추어 걸어올 때 잠깐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었어요.
활짝 웃고 있었지만,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낯선 느낌과 긴장되는 감정이 왜 없겠어요?
우리 주님께서 Timothy를 소중히 품으시고 그의 온 영과 혼과 몸을 보존하사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다만 Timothy를 하나님과 그분의 은혜의 말씀에 맡깁니다. (엡 5:29, 살전 5:23, 행 20:32)
아버지 어머니도 Timothy 위해 중보기도 부탁 드려요.
입소식에 오신 많은 가족들 중, 어머니들은 대부분 눈물을 훔치고 있었어요. 핏덩이에서 시작해 저렇게 장성한 아들을 국방의 의무를 위해 내보내며, 그간 이 아이를 키우며 겪은 수많은 이야기가 어머니들 가슴속에서 북받쳐 올라오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의 안녕에 대한 걱정과 바람과 함께... 아들을 군대에 보낸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이 편지에서는 Timothy 입대 소식만 전해 드렸네요.
다음 글엔 Timothy와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써 볼게요. 꼭 읽어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이만 마치겠습니다.
뵙고 싶고 사랑합니다~~.
2025. 1. 22
부모님의 막내딸 mina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