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방앗간

- ○○○ 꽈배기

by 미나뵈뵈

퇴근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자주 들르는 곳이 있다.


부지런히 걸어오다가 때로는 들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때로는 오늘은 들를 거야 이미 작정해 두고 들르는 곳. 바로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마지막 신호등 건너기 전에 있는 '꽈배기' 집이다.


어느 날, 그 집 앞에 있는 마을 버스정류장 표지판 아래 황갈색 종이봉투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또 어느 날엔 그 종이봉투를 들고 꽈배기를 먹으며 걸어오는 중고생들을 보았다. 군침이 돌기도 하고, 한 번 가보고 싶은 호기심도 발동했다.


가게의 기본 색은 주황과 아이보리색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가게 내부는 작지만 깔끔하다. 성실한 인상의 남자 주인장이 머리에 두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맞이한다. 메뉴는 일반 꽈배기, 대파 꽈배기, 감자 꽈배기, 팥도넛 등이 있다. 고루고루 골라 설탕을 살짝 묻혀 달라 해서 종이봉투에 담아 들고 집으로 걸어올 때,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퇴근 후 지치고 허기진 배를 달콤하면서도 만족스럽게 달래줄 간식이 손에 들려 있기 때문에.




이 집을 발견하기 전에는 OO시장 입구에 있는 점포에서 주로 동그란 탁구공 크기의 순찹쌀 도넛, 팥찹쌀 도넛 등을 사 먹었다. 나이 들어서 기름에 튀긴 음식 많이 먹지 말라고 하는 언니들의 음성이 들리는 듯한 상상을 하며, 배고플 때 이게 최고예요라고 속으로 변명하며 맛있게 먹곤 하였다. 한 면으론 언니들도 이해할 것이다. 기름에 튀긴 간식을 좋아했던 동생의 과거를 알고 있으니.


고등학교 때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 그때 자취집이 재래시장을 통과해야만 도착하는 곳에 있었다. 하굣길에 거의 매일 그 시장에서 '핫도그' 파는 집을 들렀다. 내가 사 먹은 핫도그는 기다란 번 사이에 햄 하나, 피클, 상추, 토마토 슬라이스, 케첩, 머스터드소스 뿌린 미국식 핫도그도 아니고, 긴 햄에 팬케이크 반죽을 둘러 튀긴 표면이 매끈한 야구방망이 모양의 핫도그도 아니다. 그것은 쇼트닝 기름에 몸통과 그 위에 뿌려진 빵가루가 진갈색으로 튀겨진 통통한 치킨 뒷다리같이 생긴 핫도그였다. 아침 보충수업부터 7,8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돌아오는 허기진 하굣길에, 그 둥그렇고 통통한 핫도그와 튀김 기름 냄새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보통 튀긴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지기 십상인데, 위에서 언급한 꽈배기 집의 꽈배기는 상당히 부드럽다. 주인장이 좋은 재료를 사용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덕분이리라. 실제로 주인장에게 물으니, 꽈배기집을 개업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꽈배기 만드는 법을 배우려고 사방팔방 다니며 애썼으나, 노하우를 알려 주는 분이 없어서 '독학'하여 현재 팔고 있는 메뉴를 개발했다고 한다. 구하는 이가 얻고, 찾는 사람이 찾아낸다(마태복음 7:8)는 말씀이 이분의 노력에도 적용된 것 같다.


이 가게의 꽈배기처럼 시간이 지나도 딱딱해지지 않는 사람, 부드러워 먹기 좋은 사람, 먹어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만족하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여기서 먹는다는 것은 서로 교류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하였다). 고난을 받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신 예수님처럼(히브리서 5:8).


인생이라는 시간의 다리를 지나가면서 만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 어려움을 견디고 통과하고 나서 뒤돌아보니, 내가 조금은 달라져 있는 걸 발견한다. 가장 큰 변화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요구'가 줄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감상할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전보다 조금 '부드러워진' 나를 보면서 감사를 드린다.


쉽게 바뀌지 않는 입맛 때문에 찾게 된 꽈배기 집 이야기가 '감사'로 마무리되니 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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