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정하지 않아도 가능했던 발리 한 달
발리 한 달 살기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숙소를 어떻게 정했냐는 것이다. 한 달 동안 한 곳에 머물렀는지, 아니면 여러 숙소를 옮겨 다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답변부터 하자면, 우리는 2~3일에 한 번씩 숙소를 옮겨 다니며 지냈다.
처음 발리로 출발할 때는 아이가 우붓의 우드스쿨 캠프에 2주간 참여할 예정이어서, 우붓에 2주만 머물 계획이었다. 하지만 첫 일주일은 부모님도 함께 여행했기에 아이 일정만 고려할 수는 없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부모님과 우붓 시내를 둘러보거나 근교를 다녀오는 계획도 함께 세웠다.
그래서 학교까지 걸어갈 수 있는 숙소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우드스쿨 주변은 시골 마을처럼 한적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괜찮은 숙소를 발견했다. 학교와 가깝고 집처럼 생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이 숙소를 가장 좋아했다.
쾌적했고 부모님과 함께 지내기에도 충분했다. 다만, 하루 2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부담스러웠을 뿐… 한 달을 머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계속 지내기에는 쉽지 않은 가격이었다. 그래서 첫 3일만 예약하고, 이후에는 우붓 시내의 하루 8만 원 정도 숙소로 옮겼다.
발리에서의 첫 번째 숙소 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신 뒤에는 남편이 합류했고, 아이는 계속 우드스쿨에 다녔다. 아이가 수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학교 한켠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커다란 나무 아래 자리한 공간은 생각보다 선선했다. 글을 쓰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기도 했다. 아이들의 수업 시간을 이용해 요가를 하러 가는 부모도 있었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부모도 있었다. 또,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며 대부분 한 숙소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아빠가 직장을 다니고 엄마와 아이만 온 가족들은 한 숙소에서 등교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소 5일 이상 한 곳에 머무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우리처럼 2~3일마다 숙소를 옮겨 다니는 경우는 오히려 드문 편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평소에도 편안함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보통 하루 이틀 전에 다음 숙소를 예약하고 이동했다. 지내던 숙소가 마음에 들어 더 머물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인기 숙소는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드스쿨에서 택시로 5분 거리였던 데다리 빌라도 그런 곳이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남는 방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숙소를 옮겨야 했다.
*우드스쿨에 관심이 있다면, 데다리 빌라 추천!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우붓에 머물며 아이의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지냈고, 금요일이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첫 번째 주말은 스미냑, 두 번째 주말은 우붓 깊숙한 리조트, 세 번째 주말은 우붓 북동쪽의 바다 마을 아메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말마다 또 다른 발리를 경험했고, 다시 우붓으로 돌아와 아이의 일상을 이어갔다.
처음엔 우붓에서 2주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아이가 학교를 더 다니고 싶어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달로 길어졌다. 숙소는 하루 이틀 전 알아보고, 그때그때 예약하며 이동했다. 중간중간 숙소를 찾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머물 곳을 구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이런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한 숙소에 길게 머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다만 우리처럼 여행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는 건 분명하다. 사람들이 숙소는 어떻게 구했냐고 물으면 나는 하루 이틀 전에 알아보고 그때그때 예약했다고 답한다. 발리는 조금 느슨하게 계획해도 괜찮은 곳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는 그 방식이 오히려 잘 맞았다.
숙소를 옮길 때마다
우리는 발리의 새로운 얼굴을 만났다.
어떤 날은 닭 우는 소리에 눈을 떴고, 어떤 날은 귓가에 들리는 파도 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창문을 열면 전날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고, 그 낯선 풍경이 오히려 여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같은 발리에 머물고 있어도, 숙소가 바뀔 때마다 또 다른 발리를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좋았다.
*업데이트 : 화, 금
겨울방학 동안 발리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주변 엄마들이 물었다. "발리 어땠어", "영어 캠프 괜찮았어?", "총 얼마 들었어?" 등등… 그래서 친구들의 질문에 답을 하듯, 직접 경험한 발리 한 달 살기를 하나씩 정리해본다.
발리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참고가 되고,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낯선 섬에서 보낸 한 달의 에세이 같은 기록으로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