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발리에서 한 달을 살고 온 뒤,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질문들에서 시작됐다.
한 달을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다는 건, 단순히 여행을 다녀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어디에서 잘지,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시간을 보낼지. 하루하루의 선택이 곧 ‘삶’이 된다.
그래서인지 발리에서 돌아온 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결국 이것이었다.
“그래서, 얼마 들었어?”
지난 글에서 우리는 숙박비와 식비를 먼저 정리했다. 어디에서 자고 무엇을 먹을지, 가장 기본적인 선택들이었고, 그 비용만으로도 이미 300만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교통비와 문화생활비가 더해진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위에, 하루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들이 하나씩 쌓여간다.
그것들을 숫자로 마저 정리해보려 한다. 다만 그 안에는 숫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들도 함께 들어 있다.
발리는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곳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동은 자연스럽게 차량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는 주로 그랩 택시를 이용했다. 우붓 시내에서는 짧은 거리 위주로 60회 넘게 이용했는데, 한 번 탈 때는 몇 천 원으로 부담이 없었지만 횟수가 쌓이면서 비용도 서서히 늘어났다. 한 달 동안 우붓 시내 이동에만 약 2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조금 더 먼 이동이 필요한 날에는 프라이빗 차량을 이용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기사와 함께 6시간, 10시간 투어를 각각 한 번씩 진행했고, 아메드에서 우붓으로 이동할 때도 차량을 따로 예약했다. 그 외에도 우붓에서 스미냑, 짐바란, 아메드 등으로 이동할 때는 상황에 따라 로컬 택시와 차량 서비스를 섞어 이용했다.
이렇게 한 달 동안의 교통비를 모두 더해보니 약 60만 원 정도. 그랩 바이크를 이용하면 비용은 더 줄일 수 있었지만, 우리는 아이와 함께였기에 안전을 우선으로 두고 택시 위주로 이동했다. 돌아보면, 그 이동의 시간들마저 발리에서의 하루를 채워주던 하나의 풍경이었다.
우리는 요가 수업을 듣고 미술관을 방문했으며, 일과 사이사이에 마사지를 받았다. 발리에서는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여행의 리듬에 맞게 그때그때 선택하며 시간을 채워갔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사용한 문화생활비는 약 5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 금액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어떤 이는 거의 쓰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될 수도 있다.
문화생활비는 개인차가 가장 크게 나는 항목이다. 그래서 문화생활비만큼은 ‘얼마가 적당하다’기보다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에 따라 달라지는, 가장 개인적인 비용에 가깝다.
숙박비 약 270만 원
식비 약 100만 원
교통비 약 60만 원
문화생활비 약 50만 원
아이 영어캠프 학비를 제외한 3인 가족 한 달 생활비는 총 약 480만 원. 여기에 항공료까지 더하면 조금 더 또렷해진다. 이번 여행에서는 세 명 기준 항공료 180만 원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숫자로 정리해놓고 보니, 처음 던졌던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발리 한 달, 300만 원으로 가능할까
이 질문에는 사실 하나의 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발리에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살아본 사람도 있고, 우리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며 머문 사람도 있다. 우리 역시 그 사이 어딘가에서 한 달을 보냈다. 어떤 날은 조금 더 편안한 숙소를 선택했고, 어떤 날은 직접 끼니를 해결하며 비용을 줄였고, 또 어떤 순간에는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선택이 쌓이며 우리의 한 달이 만들어졌다.
결국 발리 한 달 살기의 비용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더 가깝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선택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아이의 한 달 학비. 이 이야기는 다음 번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Q. 발리 한 달 살기 비용 정말 300만 원에 맞추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비를 낮추고, 이동을 최소화하며, 문화생활의 빈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숙소는 1박 5~6만 원대의 가성비 숙소를 기준으로 잡고,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이동 횟수를 줄이면 교통비는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식사는 로컬 식당이나 간단한 조리를 병행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문화생활 역시 ‘매일’이 아니라 ‘기억에 남을 몇 번’으로 선택한다면 전체 비용의 흐름은 확연히 달라진다.
300만 원으로도 한 달 살기는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비용을 줄이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준이 하루를 만들고, 결국 한 달을 만들게 되는 거니까.
*업데이트 : 화, 금
겨울방학 동안 발리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주변 엄마들이 물었다. "발리 어땠어", "영어 캠프 괜찮았어?", "총 얼마 들었어?" 등등… 그래서 친구들의 질문에 답을 하듯, 직접 경험한 발리 한 달 살기를 하나씩 정리해본다.
발리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참고가 되고,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낯선 섬에서 보낸 한 달의 에세이 같은 기록으로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