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_20240510
내 머릿속에는 울창한 생각 나무 숲이 있다. 어떤 생각이든 떠올리기만 하면 그 생각이 씨앗이 되고, 곧바로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가 돋아나고, 잎이 무성한 나무로 자라난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란 생각 나무가 가득한 숲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애써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도, 어떤 아이디어나, 사건, 느낌 하나만 스쳐 지나가도 내 머릿속에서는 금세 새로운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이 생각 나무가 얼마나 빨리 자라고 퍼져 나가는지, 때로는 생각이 실천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아이디어는 무성한데 실행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답답했던 적도 많다.
그 답답함을 풀어 보려고 엄마일 연구소 카페에서 ‘생각 나무 키우기’라는 마인드맵 작성하기 미션을 해 본 적이 있다. 매일 주제 하나를 정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종이 위에 마인드맵 형식으로 적어 보는 미션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 그 생각들이 머릿속에만 있을 때는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지, 그리고 마인드맵으로 펼쳐 놓고 보니 얼마나 다양하고 넓게 뻗어 있었는지 새삼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다양한 생각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어떤 나무들은 다 자라 목재처럼 쓰임이 생겼다. 아이디어에서 멈추지 않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계기를 맞아 실행이 되었다. 어떤 나무들은 자라다 멈춘 채 잊힌 듯 남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잊힌 것 같던 나무들조차도 어느 순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다시 자라기도 한다.
하브루타 수업도 그랬다. 몇 년 전에 한 번 해 봤다가 ‘아닌 것 같다’며 멈췄던 일. 시간이 흐른 뒤 아이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시 떠올랐고, 우연히 수업을 만나 더 깊숙이 빠져들게 되고,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핑퐁’이라는 그림책 하브루타 독서모임까지 이어져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멈춘 줄 알았던 생각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자라는 것처럼.
예전에는 내 머릿속 생각 나무 숲이 울창하기만 했지 여기저기 뒤엉켜 정리가 안 된 것 같아 답답하고 아쉬웠다면 요즘에는 다르다. 생각 나무 숲 곳곳에 빛이 들어오고 있고, 그 빛을 받은 나무들이 알게 모르게 계속 자라고 있다. 어느 날 비가 와 뿌리를 적시면 더 힘차게 자라나고, 언젠가 충분히 자라 제 쓰임을 할 때가 온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 머릿속의 이 울창한 생각 나무 숲에 앞으로도 많은 씨앗을 뿌리고 싶다. 햇빛과 바람과 비를 주며, 나만의 속도로 자라나게 하면서. 언젠가 이 숲에서 더 많은 열매와 나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을 기다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