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_20240517
오늘은 우리의 50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삼십 대 초반에 만나 어느덧 팔십 대가 되어 버린 우리. 지니도 벌써 50대가 되어 자기 가족과 함께 바쁘게 지내고, 우리는 조용하면서도 복작복작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의 우리가 어쩌다 결혼을 하고, 50년이나 함께 살았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홍의 인내심과 나의 근성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겠지. 홍은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변덕과 불같은 성격을 묵묵히 받아줬고, 나는 여유롭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홍의 리듬에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애쓰며 (아마도 주로 내가, 하지만 홍도 힘이 들었을) 50년이 지났다.
결혼을 하기 전, 20대부터 나의 로망은 ‘나이가 들어 배우자와 손잡고 산책 다니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그 로망을 이루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다 따로 시작한 걷기가 가끔 함께 걷는 시간이 되었고, 이제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걸으며 보내니 말이다.
겉보기엔 얌전하고 조용한 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양 같은 내가 아주아주 드넓지만 울타리가 확실한 ‘양 떼 목장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했는데, 홍이 그런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은 웬만하면 다 하게 해 주면서 마음껏 방목시키다가 도, 어쩌다 정 줄을 놓고 멍해져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 목덜미를 꽉 잡고 안전지대로 끌어와 주는 사람. 홍은 늘 그런 존재였다.
이렇게 말하면, 나 같은 양을 키우느라 홍이 힘들었을 것 같지만, 나 역시 부지런을 떨어 열심히 움직여서 귀한 양털을 주듯이 내 몫을 해 내왔다고 살포시 생각해 본다.
이렇게 50주년을 맞기까지 삶에 큰 어려움 없이(소소한 위기는 있었겠지만) 지니를 잘 키우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둘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고,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도 건강을 잘 챙겨서 아프지 말고 함께 하는 시간을 쌓아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