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엄마_20240621
나에게 우리 엄마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기억이 있을까?
어릴 적 나는 아빠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닮았다’고 말하기 전, 그냥 보기만 해도 빼다 박은 모습이라 늘 아빠랑만 닮았다고 생각했고, 동생이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엄마와 나는 다르다고 여겼다. 하지만 크면서 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엄마와 나 사이에도 닮은 점이 많다. 사진 속 우리를 보면, 점점 둘이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다.
엄마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르는데 그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엄마가, 그렇지 않은 나를 키우느라 알게 모르게 신경을 많이 썼겠다 싶은 거다. 엄마는 학기 초만 되면, 바쁜 와중에도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갔다. 그때는 그것이 크게 의미가 있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내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학기 초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작고 여린 아이가 걱정되어 선생님께 찾아가는 그 마음. 그런 엄마의 작은 애씀이 나의 학교 생활을 지켜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예쁘고, 사람을 좋아하는 엄마를 사람들은 늘 좋아했다.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다가가고, 낯가림 없이 친해지는 사교성 좋은 엄마를 보며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성적이고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나는 그런 엄마가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엄마의 성격과 행동이 싫을 때도 있었다. 엄마가 슈퍼를 하며 안쪽 작은 방에서 지낼 때, 연휴나 방학 때 엄마에게 가면 그게 너무 싫었다. 엄마와 힘들었던 일이나 고민을 나누고 싶거나, 평소 바쁜 엄마와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엄마는 그때도 슈퍼를 하느라 바빴고, 슈퍼에 오는 사람들에게 날 늘 인사시키고 싶어 했다. 집에서는 편하게 입고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일은 늘 부담이었다. 가끔은 엄마에게 지인이 더 중요한지, 내가 더 중요한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틈이 날 때면 꼭 엄마를 보러 갔다.
나와 엄마의 관계는 내가 결혼하고 나서 많이 달라졌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나는 엄마 손을 거의 타지 않고 나름 스스로 앞가림을 해 가며 살아온 것 같았다. 학교 공부나 진로에 정할 때도 엄마의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내가 정보를 찾고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 길을 찾아가곤 했다.
결혼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모은 돈으로 남편과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해서 결혼을 했는데, 임신과 출산, 육아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정말 달라졌다. 임신 기간 동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고, 만삭이 다 되었을 무렵, 엄마가 집에 왔을 때는 엄마를 보자마자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엄마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 키우는 것도, 살림을 하는 것도 서툴고 재미없었던 나는, 집안일을 척척 해내며 아이를 키우고, 일도 했던 엄마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작년 1년 반 정도 엄마가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엄마가 있고 없고 가 참 크게 느껴졌다. 틈틈이 내가 상황이 안될 때 엄마가 도와주는 손길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는 “공부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고, 손에 물 묻히지 말고 살아라”라고 하셨는데 그래서인가 나는 조금 철없이 큰 것 같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소파에 늘어져 쉬다 오고, 엄마가 우리 집에 오면 밥을 해 주고, 여기저기 쌓여 있던 먼지를 치워주고, 냉장고며, 부엌까지 정리를 해 준다. 나는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안 그랬으면 좋겠으면서도 또 바라게 된다.
그러면서도 안쓰러운 마음 때문에, 만나기만 하면 좋은 말보다 틱틱거리는 말이 먼저 나오고, 가끔은 뒤늦은 사춘기처럼 짜증을 내는 날도 많지만, 속상한 일 있으면 맘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엄마가 있어서 좋다.
대신, 엄마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챙겨드리고, 조금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것저것 신경 써야겠다 싶다. 엄마가 나를 키우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엄마를 보살피는 시간이 온 것 같다. 앞으로는 엄마와 좋은 곳도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쌓을 시간이 점점 더 자주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