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씨의 의자_20240920
나에게는 1부터 10까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의자가 있다. 보통 나는 이 의자를 9까지 널찍하게 펼쳐 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올려 두고는 기분 내키는 대로 활용한다. 이 의자에는 책, 음악, 차, 디저트, 그림 같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함께 놓여 있다. 날씨가 좋은 날. 이런 것들을 늘여 놓고 하늘 아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과 느끼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 의자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을 때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하지만, 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무한정인 것은 아니다.
나는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과 최대한 함께 있고 싶기 때문에 의자를 최대한 10으로 늘리며 넉넉하게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10까지 늘린 의자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의자를 줄여야 한다. 10에 맞춰 계속 펼쳐 둘 수는 없다. 의자는 고무줄처럼 늘어나지만, 이미 10까지 늘어난 상태라면 더 버티다 끊어지기 전에 반드시 줄여야 한다. 그 상태로 계속 버티다 보면 나도 힘들고, 의자 위에 올려둔 물건도,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리를 줄이기 시작한다. 더 이상 이 의자를 넓혀 둘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양해를 구한다. 지금은 이 의자도, 나도 쉬어야 할 때라고, 당신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찬찬히 설명한다. 애초에 의자에 자리를 내어준 사람들은 내가 마음을 내어 준 사람들이고, 그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기에 내 사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도 내 상황을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의자 위 물건들도 다시 정리한다. 한 때 나의 마음을 흔들어 의자에 올려두었던 것들이라도 시간이 지나 마음이 달라졌거나,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내려놓는다. 이 과정은 쉽지 않지만, 물건이 주는 순간의 만족보다 비우고 여유를 두는 것이 더 깊은 만족을 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고 나면, 가끔은 의자를 1까지 줄이고 그 작은 공간에 나만 혼자 우두커니 앉아 본다. 1만큼 남은 그 의자에 혼자 앉아 의자를 1에서 10까지 늘려가던 과정 속에서 만났던 것들과 사람들, 그 안에서 좋았던 순간들, 배운 점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10까지 늘렸던 의자가 어느 순간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는지도 돌아본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10까지 늘리더라도 마지막 한 칸 정도는 남겨 두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굳이 10까지 늘리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들과 사람들과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쩌면 10까지 늘리더라도 그 안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듬성듬성 숨 쉴 공간을 남겨 두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의자를 1에서 10까지 늘렸다 줄였다 하며 나는 나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나만의 방식으로 조율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알게 된다. 의자를 넓히는 것도, 줄이는 것도 결국은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또 때로는 조심스럽게 접어두는 일은 관계를 끊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따뜻하게 이어가고 싶은 나만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의자를 살핀다. 지금의 너비가 나에게 무리가 없는지, 올려둔 물건들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지,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편안한 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조금 줄이고, 때로는 다시 넓혀 보며 나와 관계를 가다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