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트_20241018
뭐가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건 다 있고, 그 안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내 몸처럼 착 붙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곳. 어디를 가도 늘 내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레 꿈꾸게 하는 공간. 나에게 그림책 [키오스크] 같은 곳은 바로 우리 가족, 남편과 아들이 있는 우리 집이다. 우리 집도, 우리 가족도 화려하거나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다. 남편도 아들도 인생 치트키 같은 남편이나 엄친아 아들은 아니지만,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을 성실하게 하고, 나와의 합도 묘하게 잘 맞는 편이다. 집 역시 평수가 크거나 입지가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우리 세 식구가 살기에는 적당하고,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 처음 이사 올 때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살다 보니 이 집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우리 가족이나 집에 대한 욕심이 지금보다 컸다. 조금 더 입지가 좋은 곳, 환경이 좋은 곳,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보이고 더 좋은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우리 동네도, 집도 이 정도는 나쁘지 않다 싶으면서도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고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좋은 점도 많지만 ‘이것만 좀 더 좋아지면 좋겠다, 고치면 좋겠다. 나아지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일상에서 자라날 때가 많았다.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보일 때도 있었고, 그 단점들이 나를 번거롭게 하고,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 때는 고치라고, 바꾸라고, 더 나아지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래야 우리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내 마음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바꾸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남편과 아이에게 바뀌라고 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아이가 조금 더 크고, 결혼 생활이 10년이 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두 사람의 모습이 천천히,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는 자상한 남편.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날이 갈수록 믿음직해지는 아들. 두 사람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는 돌아보면, 결혼하기 전의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만나 함께 매일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 이 집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안전하고, 가장 다정한 안식처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부족하지만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우리 셋. 어쩌면 나에게는 이만큼 딱 맞고, 이만큼 꽉 찬 조합도 없을 것이다. 늘 함께하지만, 그럼에도 벗어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작은 키오스크.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편안해지고 단단해진다. 어디를 가든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 그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하루라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이 생긴다. 결국 나를 지키는 힘은 멀리서 오지 않았다. 늘 곁에 있어, 익숙해서 더 소중한 나의 가족과 나의 집에서 나는 꾸밈없이, 가장 나다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