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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Apr 08. 2016

내가, 당신에게 쓰는 편지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멈춰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안녕, 사랑하는 당신. 나는 당신의 안부가 그리워 펜을 들었어요. 잘 지내나요?


 당신이 하고자 했던 일은 잘 해내고 있나요? 혹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에 속상한 마음만 커져가고 있나요? 그렇다해도 나는 당신을 탓하지 않아요. 다 괜찮아요.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요!


 번화가 중심에 서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곤 해요. 짝을 지어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터덜터덜 걷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에 늦은 듯 다급히 뛰어가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데 그 인파 속에서 우뚝 선 내 모습이 허무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나는 자주 그런 기분을 느껴요. 저들도 모두 걱정과 고민이 있겠지만 왠지 나 혼자 뒤쳐지는 것 같고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이 덩그러니 길 위에 우물쭈물 서 있는 기분 말이에요.


차라리 과거로 돌아간다면-하고 헛된 후회를 늘어 놓기도 해요. 내 주변은 어떻게든 용케 잘 살아가던데 왜 나는 열심히 해도 운이 안 따라주는지. 다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잘하고 있다고 등을 두드려주지만 자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니 갖고 있는 두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내 탓이 전부인 것만 같지요.

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고, 이 길이 나와 맞지 않는데 내가 꾸역꾸역 붙잡고 있는건지 고민도 되고.그냥 흘러가듯 살다 다른 이들이 사는 것처럼 나만의 모양을 잃고 살아가는게 맞는건지 심란하기만 하고.


그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세상에 혼자 툭 버려진 느낌에 친구도 가족도 얼굴 맞대고 있을 때만 즐겁죠. 방에 들어와 문을 닫고 정적을 맞이하면 또다시 느껴지는 이유없는 깊은 외로움. 어디다가 투정도 크게 부려보고 싶고 목이 쉬도록 엉엉 울기도 하고픈데 주변에서의 기대가 너무 커서 나의 어두운 감정을 버릴 곳도 없고. 굳건한 모습으로 부모님을 안심 시켜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슬픔은 또다시 한 겹 더 꾹 눌러버리고. 나는 그랬어요. 당신은 그러지 않나요?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겠지요. 그렇게 가을을 만끽하다보면 순식간에 겨울오겠지요. 겨울이 끝나면 또 내 나이는 한 살 늘겠죠. 어쩌면 당신은 한 살 먹으면서 또래들과 더 뒤쳐질거란 불안함에 마저 미워지기도 할거에요.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는 당신을 믿기 때문에 당신의 그 어떤 결정이든 나는 존중할거에요.  남들보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당신이 초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볼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다 괜찮다고 말해줄게요. 급하게 계단을 오르면 쉽게 지칠테지만 당신은 다져진 체력으로 좀더 꾸준히, 잘 오를 수 있을거에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당신이 이 밤이 끝날 때까지 잠 못 이룰까봐 걱정이네요. 내 문장이 당신의 긴장을 풀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꽃보다 아름다운 이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 나는 당신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믿으니 당신도 자신을 사랑하고 또 믿어봅시다. 흔들릴 때면 나를 찾아와요. 아무 말 않고 꼭 안아줄테니.








사진출처 @minch_am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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