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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May 02. 2016

혼잣말

너에게 들릴지도 모를 혼잣말

생각해보면 나는 널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갈 이유가 없었어. 굳이 꼽자면 내게 헤어지자 말한 가해자라는 흔한 이유 하나 뿐이었지.


하지만 뜨겁게 몰아치던 미련이 가라앉은 지금, 너는 참 좋은 사람이었어. 사랑하는 그 시간동안 너는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해주었고 나를 아껴주었으니까. 그랬던 네가 이별 후 네가 내게 차갑게 대한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내가 받아 들이지 못했어. 그때는 받아 들이기 싫었어. 내가 네 여자친구, 네가 내 남자친구가 아닌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넌 뜨거운 여름날 정처없이 걷는 내게 단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함께 걸어주었지. 내 친구여도 가족이어도 그 상황에선 짜증을 냈을텐데 너는 그 수많은 나날들 중 내게 그 이유로 짜증을 낸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더라. 덥지 않았어? 뜬금없이 언덕을 오르자고 해도 올라주던 너 말이야. 언덕 꼭대기에서 내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 부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던 너 말이야.


그러고보니 나는 더운 걸 참 싫어하는 사람인데 왜 난 그때의 여름이 그다지 덥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걸까?







나는 네 향기가 참 좋았어. 집으로 와도 내 몸에선 네 향기가 났고 그 향기는 날 잠들게 했어. 그 향기를 가진 너라서 나는 네 품에 더 파고 들었어.


우리가 헤어진 후 나는 돌아가기 싫은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이었어. 공기 중에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네 향기가 있는거야. 금방이라도 날 울릴 것 같은 그 향에 홱 고개를 돌아봤는데 너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 네가 여기 있을리가 없지. 너는 없는데 네 향기가 끝까지 날 놓지 않고 괴롭혔어. 난 그 덕분에 한동안 더 힘들었지만 그때도 네가 그리워서, 행복했어.


다시 내가 그 향을 맡는다면 이젠 아련한 여름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단 생각을 해. 다시 나와야할 계절이겠지만.


근데, 참 넌 좋긴 했어.

나라는 존재와 내가 가진 상처를 온맘으로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은 네가 유일할지도 몰라. 싸웠던 이유는 모두 내 탓이었잖아. 너는 사랑하는 사람에겐 매우 다정한 사랑을 주는 남자였지. 난 욕심이 참 많았던 여자였고.


별 이야기 없지?

나는 그저 막연히 네게 내 마음을 풀어 놓고 싶어서 그랬어. 노래를 듣는데 이 노래가 널 떠올리게 만들었는지 어느새 난 널 품고 있더라.


오늘밤 난 너와 담았던 여름밤의 공기와 수많은 별들, 옹기종기 모인 집들 사이의 골목길과 주황색 가로등이 끝나지 않던 길들을 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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