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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vis Jun 26. 2023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전설의 속편 - 상

오디세이 시리즈의 두 번째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리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하 2001)는 sf 장르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사, 문학사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걸작이다. 그런데 그 이후 3개의 작품은 어째서인지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 2001의 후광에 가려져서인지 그냥 작품 각각의 작품성이 떨어지는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오디세이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작품들인만큼 4권을 모두 읽었을 때만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재미가 있든 없든 필자는 끝까지 읽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 글에서 리뷰할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이하 2010)은 꽤 재미있다.


2001에서 TMA-1이라고 불렸던 검은 석판으로부터 시작된 목성 탐사 작전이 실패로 끝난 후 9년이 지났다. 당시 디스커버리 호의 목성 탐사 작전을 지휘한 헤이우드 플로이드는 전국 우주 비행 협의회 회장직을 사임하고 하와이 대학교에서 교수로 지내고 있었다. 캐롤라인이라는 여자와 재혼도 하고 아이를 낳아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그의 두 가지 기밀 정보가 전달된다. 첫 번째는 목성의 궤도에 올려놓았던 디스커버리 호가 무슨 영문인지 비정상적인 운동 중으로 잘못하면 위성에 충돌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그래서 그동안 디스커버리 호가 수집한 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우주선을 만들고 있던 미국보다 러시아가 최소 1년 앞서 도착하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헤이우드는 러시아의 우주선 레오노프 호에 미국이 제공한 전문가 3인 중 한 명의 자격으로 탑승하게 된다.(소설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요청했다고만 서술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과정으을 거쳐 미국인이 러시아의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 건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다.)


레오노프 호의 목적은 2001 이후 디스커버리 호가 목성을 돌면서 수집한 모든 정보를 획득하는 것, 그리고 연료가 충분할 경우 디스커버리 호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일이다. 찬드라, 월터, 헤이우드는 미국이 러시아에 제공한 전문가 3인으로 이 임무를 수행할 핵심 인력들이다. 목성에 도착할 때까지 이 3명은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원래 예정대로면 3명은 목성에 도착한 후 일어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헤이우드가 도착하기 한달 전에 지구의 관제 센터의 요청으로 먼저 일어났다. 영문을 모르는 헤이우드에게 같이 탑승 중이던 러시아 승무원들이 설명을 시작했다. 디스커버리 호로 향하는 우주선이 레오노프 호 말고 또 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레오노프 호가 선착 경쟁에서 지게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경쟁자의 정체는 중국의 첸 호로 레오노프 호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으나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목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첸 호의 첫 번째 목적은 디스커버리 호에 담긴 정보를 선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속력으로 달려오느라 연료를 모두 소진했을 터였다. 그래서 그들의 두 번째 목적은 에우로파에 있는 얼음을 물로 바꾸어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작전이었고 그들의 완벽한 패배를 의미했다. 그런데 레오노프 호의 탑승자들이 절망하고 있을 때 반전이 일어났다. 에우로파에 착륙한 첸 호가 난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탑승자는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망했으며 그 1명은 간신히 탈출하여 우주 공간에서 레오노프 호를 향해 상황을 전했다. 에우로파에...생명체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패배를 목전에 두고 구사일생한 레오노프 호는 목성의 디스커버리 호와 랑데부에 성공했다. 이제 경쟁자도 없으니 그들이 할 일은 디스커버리 호의 정보를 수집하고 디스커버리 호를 총괄하는 인공지능이었지만 2001에서 반란을 일으켜 보먼이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린 HAL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디스커버리 호는 지구로 귀환할 만한 충분한 연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시점이 몇 년 후가 될 것이고 그때는 레오노프 호가 지구로 돌아간 이후이기 때문에 HAL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그들이 열심히 일을 할 동안 그들의 또다른 최우선 목적인 2001에서는 TMA-1이라고 불렸고 이번 작품에서는 큰형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검은 석판을 조사하는 일은 순조롭지 않았다. 그들이 온갖 짓을 다 해봐도 마치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거대한 형체를 자랑하며 목성 위에 둥둥 떠있을 뿐이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시점이 잠깐 전환된다. 바로 2001의 목성 탐사 작전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스타게이트로 떨어진 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 보먼의 이야기이다.


이번 작품이 좋은 점은 확실하게 큰 틀의 스토리 안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2001보다 읽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총 3개의 다른 스토리가 있었던 2001과 달리 2010은 레오노프 호의 이야기로만 진행된다. 9년 전 실패한 작전의 총 책임자가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나 목성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우주의 풍경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적절히 배합되어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이 러시아인이라 이름도 우리에게 생소한 러시아어라서 인물과 이름을 매치하기 약간 버거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헤이우드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굳이 인물을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HAL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 찬드라 박사의 시점도 헤이우드 못지 않게 중요하다. 2001에서 HAL이 스토리 전체를 뒤흔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HAL을 되살리는 것 자체가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나 2001에서는 인공지능인 HAL의 심리적인 부분도 꽤 깊이 있게 다룬 것과 다르게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축소된 느낌이 있다. 작가가 이야기의 진행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자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삶 속으로 와닿게 다가온 2023년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HAL과 찬드라 박사의 이야기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 글에서 작품의 나머지 절반을 다룰 예정인데 단언컨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이다. 필자 역시 중간까지는 재밌긴 하지만 큰 감흥없이 소설을 읽었다면 보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작품의 나머지 절반은 대단히 몰입해서 읽었다.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상당히 파격적인 결말로 소설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꼭 다음 글도 읽었으면 좋겠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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