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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oonsam Feb 17. 2022

[카페 투어] 숨은 진주같은 카페, 폰트 문래점

즐비한 공업사들 사이에 숨은 '핫플'들이 많은 곳, 문래는 정말 신기한 동네다. 그래도 이십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내가 줄곧 살고 싶어 했던 곳이다. 너무 좋다. 문래는 고즈넉하다. 삭막한 인상을 주면서도 고유의 감성이 스며나온다. 창작촌 고삿고삿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곤 한다. 후기를 전할 '폰트 문래점'은 이런 문래만의 감성을 오롯이 품고 있다.


아니 자동차 눈치 챙겨 사진 찍잖아
그 와중에 노을 지는 광경이 참 예뻤다


문래 창작촌 골목 끝자락, 신도림으로 넘어가는 부근에 폰트 문래점이 숨어 있다. 말 그대로 숨어 있는 느낌이다. 외관 상으로는 최근 몇 년 간 유행했던 언더스테이티드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그리고 사람이 무척이나 많다. 어찌들 알고 이렇게 찾아 오는지, 역시 좋은 카페는 위치가 어디든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약간 겉바속촉 같다. 밖에서 예상한 내부는 무척이나 삭막할 듯한 느낌인데, 실질적인 내부는 깔끔 그 자체


사실 의외였다. 역시 무엇이든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니까? 카페 내부는 잘 정돈돼 있고, 개성 있고, 따뜻했다. 깔끔한 인상을 줬다.  심지어, 종업원이 직접 앉을 자리를 확인해 주기도 했다. 일반적인 카페들은 대개 방문객이 안에 앉을 자리가 있는지 직접 확인한 이후 주문을 하기 마련이었다. 여기는 "좌석 먼저 확인해 주세요~" 놉, "자리 먼저 확인해 드릴게요." 좋았다.


빵돌이 민춘삼이 사죽 못 쓰는 빵들, 깔끔한 메뉴와 굿즈 매대까지


나는 차가운 필터 커피를 주문했고, 여자친구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라떼라고 적고 싶은데 참아야겠지? 모쪼록 주문하는 곳 옆에 여러 종류의 빵들도 진열돼 있었다. 우리는 아몬드 크루아상과 초코 페이스트리 비스무리한 빵을 주문했다. 카페 오기 전에 라멘이랑 덮밥에다가 교자까지 듬뿍 먹고왔는데… 빵 들어가는 배는 달라 아무튼 그래요.


주문하고 나면 귀여운 조명을 주신다. 자리 위에 올려 두면 가져다 주시겠다고 하신다. 내 커피 추출해 주시는 바리스타님 헤으응


음료와 빵을 주문하고 나서는 내부를 둘러봤다. 천장을 비롯해 곳곳에 비치한 오브젝트까지 살펴봤다. 세심한 센스와 인테리어 감각이 느껴졌다. 잔잔하게 깔아 놓은 음악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사장님께서 굉장히 꼼꼼하게 신경 쓰신 듯한 느낌. 무엇보다, 1층과 2층 공간의 경계 없이 천장을 높게 터 두어 소음이 울리지 않도록 했다. 실제로 사람이 꽤 많았는데 소리가 잘 분산됐다. 좋았고요.


이렇게 깔끔한 공간도 있는 한편으로


천장 부분은 이렇게 언더스테이티드 감성으로 높게 터 두었다


공간을 꾸미는 감각은 갈고 닦을 수 있는 능력일까? 적어도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작은 내 방 하나도 깔끔하고 예쁘게 꾸미지 못하는 나로선 이렇듯 잘 조성된 공간에 오면 항상 숙연한 마음이 인다. 경외심도 느껴진다.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가 무척 특색 있는 인상을 줬다.


나 커피 시켰는데 와인이 나왔어
주문한 원두는 에티오피아. 워시드와 내추럴 중 선택 가능하다


잘 추출한 커피는 와인 빛깔을 띤다. 내가 주문한 필터 커피가 그랬다. 빛깔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특유의 산뜻한 향미도 잘 우러난 느낌이었다. 풍성한 본연의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내추럴 원두를, 깔끔한 풍미를 원한다면 워시드를 주문할 것. 내추럴은 커피 체리를 고스란히 건조시킨 뒤 가공하는 방식이고, 워시드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물로 씻어내 가공하는 방식이다.


따뜻한 카페라테도 맛있었다. 고소하고, 거품 두께도 적당했다. 함께 주문한 빵 역시 만족스러웠다. 특히 아몬드 크루아상 속에는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들어 있어 좋았다. 초코 페이스트리는 내가 원체 초코빵을 좋아하는지라 무척이나 맛있게 즐겼다.


꽃도 직접 떼어 오시나? 생화 같았는데



재방문 의사 오백오십퍼센트. 내가 애정하는 문래동, 그 안에 숨은 진주와도 같던 폰트 문래점은 정말 재방문 의사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던 카페였다. 방문한 일자가 수요일이었는데, 주중에도 사람이 무척 많았던 것을 보면 주말에는 더욱 붐빌 것으로 생각된다. 혹여, 방문하시고자 한다면 꼭 필터 커피를 주문해보시길. 후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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