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배런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
요즘,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겠다는 주변의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예전엔 몇 시간이고 책에 빠져 있을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몇 페이지만 읽어도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림이 오지 않았는데도 자꾸 확인하게 되고, 책을 읽다가도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검색해버리죠. 그러다 보면 원래 뭘 읽고 있었는지도 까먹게 됩니다. 혹시, 이런 적이 있으실까요? 책을, 글을, 신문을 보는데... 분명 읽고 있는데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오는 느낌 말입니다.
흥미로운 건, 리터러시(literacy)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모두의 읽기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교육과정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외치고, 기업에서도 독서 모임을 만들고, 정부에서도 독서진흥정책을 펴지만 정작 깊이 있게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요.
미국의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은 이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합니다. 그녀는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책에서 우리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자부하며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깊이 읽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종이책과 디지털 텍스트를 읽을 때의 뇌 활동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였어요. 종이책을 읽을 때는 더 깊은 이해와 기억이 일어나고, 디지털로 읽을 때는 스키밍(훑어보기) 모드가 기본값이 된다는 겁니다. 우리도 모르게 '빠르게 훑어보는' 읽기가 습관이 되어버린 거죠.
"그럼 디지털은 나쁘고 종이책만 좋다는 건가?" 싶으시겠지만, 배런의 메시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의도적으로 읽기입니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해야 할 때는 디지털의 장점을 활용하고, 깊이 사고하고 성찰해야 할 때는 종이책의 집중력을 빌리는 것이죠. 배런은 읽기 목적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는 '읽기 리터러시'를 강조합니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거대한 기회가 보입니다. 모든 사람이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읽는 사람은 드물어졌다는 것은,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경쟁력이 된다는 뜻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대부분 사람들이 5분짜리 영상으로 책 요약을 보고 "읽었다"고 하는 시대에, 실제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해진 시대에, 깊이 있는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배런이 강조하는 건 이겁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죠.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무조건 디지털 방식만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읽기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 자체를 형성합니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달라지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리는 읽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먼저 익힌 사람이 앞서갈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깊이 있는 읽기,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