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냐"는 질문이 가장 힘들었다

- 다 필요 없고 도망가고 싶어 5화 -

by 마르코 루시

"괜찮아?"


짧은 질문이 무심히 던져졌다.

사무실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점심 식당에서.

가장 흔한 안부였지만, 그 순간마다 호흡이 얕아졌다.


사무실 복도, 형광등 불빛 아래서 지나치는 동료가 물었다.

커피를 들고 급하게 걸어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던지는 질문.

질문을 던진 사람은 이미 다음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날씨 이야기나 저녁 약속, 혹은 업무 관련된 무언가를...

진짜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더 무거웠다.

좁은 공간에 갇힌 채로 던져지는 질문.

층수를 나타내는 숫자들이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그 짧은 시간 안에 대답해야 했다.


점심 식당에서는 식기 부딪치는 소리와

대화 소음 사이로 스며드는 질문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던지는 안부.

그럴 때마다 젓가락을 든 손이 잠시 멈췄다.


"응, 괜찮아."


입에서 나온 말은 늘 같았다.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두 글자.

실제로는 괜찮지 않았는데도,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다는 대답은 습관처럼 입에 붙어 있었다.


월요일 아침, 주말 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눈 밑이 거멓게 되어 있을 때도.

프로젝트 마감에 쫓겨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도.

점심을 거르고 나서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을 때도.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편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끝없는 설명이 따라와야 했으니까...

왜 괜찮지 않은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무엇 때문인지.

한 번 정직하게 대답해 본 적이 있었다.


"요즘 좀 힘들어."


그랬더니 상대방의 표정이 당황으로 변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곧 "그래도 힘내"라는 말로 서둘러 마무리했다.

그 질문은 배려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무거운 초대장이었다.

대답하는 순간 감정을 열어 보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괜찮아."


이 대답은 침묵을 지키기 위한 방패였다.

진짜 마음을 숨기기 위한 가장 안전한 거짓말이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들어와 화장실 거울 앞에 선 순간이었다.

두 눈을 쳐다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괜찮은 척을 오래 하다 보니 그게 진짜가 된 걸까...


거울 속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시간.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고,

어깨는 늘 굳어 있었다.

입꼬리는 습관적으로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몸은 이미 신호를 여러 번 보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무거웠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부터 하루가 버거웠다.

샤워를 하면서도 어깨가 뻣뻣했고,

커피를 마실 때도 목이 자주 아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이유 없이 한숨이 나왔다.


잠들기 어려운 밤이 늘어났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

몇 번이나 "괜찮아"라고 말했는지 세어보기도 했다.

적어도 다섯 번은 넘었다.

하지만 입은 여전히 괜찮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들과의 저녁 술자리였다.

맥주 거품이 천천히 꺼져가는 동안,

누군가 바라보며 말했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 괜찮아?"


순간 웃음과 함께 잔이 올라갔다.


"괜찮아. 그냥 피곤해서 그래."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속에서는 무언가 밀려왔다.

피곤은 사실의 일부였다.

나머지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괜찮냐는 질문이 때때로 칼날처럼 다가온다는 것을...

그 말이 나오면 심장이 먼저 움찔하고,

대답하는 입술은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괜찮아."


그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마다,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원했던 건 질문이 아니었다.

옆에 그냥 있어주는 것.

굳이 묻지 않고, 굳이 파고들지 않고.

잠시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질문보다 필요한 건 침묵이었다.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시거나,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거나,

그저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말 대신 가끔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함께 창밖을 바라보는 것.


한 번은 친구와 카페에 앉아 있었다.

각자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두 시간 동안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커피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고,

가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묘하게 편안했다.

침묵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떤 날은 친구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어때? 괜찮아?"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잠시 멈춰 선 순간이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방 안은 고요했다.

"괜찮아"라고 대답하는 대신,

그날은 다르게 나온 말이 있었다.


"음... 잘 모르겠어."


정직한 대답이었다.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정말로 알 수 없었으니까.

친구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럴 때가 있지. 굳이 괜찮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닿았다.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언젠가 꿈에서조차

"괜찮아"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왔다.

눈을 뜨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현실에서도, 꿈속에서도

계속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이 입술에 너무 오래 머물러,

진짜 감정은 밀려날 곳을 잃었다.


그 후로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괜찮냐는 질문 앞에서 꼭 괜찮다고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대답을 미루거나, 고개를 살짝 저을 수도 있었다.

짧은 침묵조차 하나의 진실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물을 것이다.


"괜찮아?"


그 질문이 올 때마다 심장이 흔들리겠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대답하지는 않으려 했다.

괜찮지 않은 날은 그냥 괜찮지 않다고 두기로.

그것이 솔직한 방식이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며칠 전 일이었다. 후배가 다가와서 물었다.


"선배, 괜찮으세요?"


평소라면 바로 "괜찮아"라고 대답했을 텐데,

그날은 잠시 멈춰 섰다.

후배의 눈을 바라보니 진짜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음, 잘 모르겠어... 조금 피곤해."


작은 진실을 말해보았다.

후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알았다.

모든 "괜찮아?"가 형식적인 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정말로 걱정해서 묻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오늘도 누군가 무심히 물었다.


"괜찮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른 순간이었다.

왜 괜찮지 않은지 설명하는 것도,

괜찮은 척 미소 짓는 것도,

상대방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도.

그 모든 복잡한 감정들을

정리해서 적당한 말로 포장하는 것도...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했다.


단지 속마음엔 이런 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다 필요 없고 도망가고 싶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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