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나는 복순이다 (1화)

by 마르코 루시

제1장 열한 개의 냄새


나를 쓰다듬지 마. 넌 아직 열한 명안에 들어와 있는 멤버가 아니니까. 열두 번째는 자동 퇴장이다. 규칙은 내가 정했다. 나는 복순이다. 이름은 그들이 붙였고, 나는 냄새로 동의했다.

묵직한 작업화가 저벅저벅 거리며,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름 냄새가 먼저 왔다. 낡은 지게차가 쿠르릉 숨을 몰아쉴 때, 장갑에서는 컵라면 수프 향이 났다. 면과 육수가 섞인 맛있는 냄새였다. 그 향이 떨어지면 나는 발로 밥통을 툭 건드려 알렸다. 내 밥을 더 달라고. 아저씨는 나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복순이."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의 심장 박동이 조금 느려졌다. 나는 그 리듬을 귀 끝으로 들었다.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촌스러운 이름은 오래간다. 다음 날 급식통 옆에 반짝이는 사각형이 붙었다. 휴대폰을 들이댈 때마다 유리와 손가락에서 미지근한 전자 냄새가 났다. 그걸 찍으면 카톡방이라는 곳이 열린다고 했다. 나는 코로 대신 킁킁거렸다.


그 방에 들어온 냄새는 정확히 열하나였다. 지게차아저씨, 기름과 수프와 야간 근무의 냄새. 돌봄 간호사, 알코올 솜과 과일 젤리, 그리고 끝나지 않은 교대의 피곤. 플랜맨, 잉크와 복사용지와 예산 부족의 바람. 훈련 짱, 호루라기 금속과 쑥스러움. 철통경비, 무전기의 삐삐와 낡은 군용 점퍼의 먼지. 편의점피터, 도시락 김밥과 행사 스티커. 할머니총무, 파스와 동전, 오래된 지갑의 가죽. 꼬마선생님, 분필과 아이들 땀, 작은 도서관의 책 등. 프로그래머, 밤샘 커피와 배터리 팽창의 열. 인턴닥터, 라텍스와 멘톨과 미세한 긴장. 다큐유튜버, 카메라 가방과 편집실 먼지, 구독자 숫자에 대한 묘한 허기. 그들의 냄새는 서로 달랐지만, 속바닥에는 같은 향이 났다. 외로움. 나는 그 향기를 가장 먼저 알아본다.


돌봄 간호사는 밤 12시가 되면 혼자 컵라면을 먹었다.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창가로 갔다. 젓가락이 플라스틱을 긁는 소리, 후루룩 소리, 그리고 혼자 먹는 밥의 적막. 그럴 때 그녀의 손은 더 천천히 움직였다. 편의점피터는 유통기한 하루 지난 도시락을 늘 저녁 9시에 먹었다. "아깝잖아요" 하며 웃었지만, 그 웃음에서는 김치찌개 집밥 냄새에 대한 그리움이 났다. 할머니총무는 동전을 세면서 중얼거렸다. "이것도 모자라고 저것도 모자라고." 동전이 금속 통에 떨어지는 소리는 언제나 쓸쓸했다. 프로그래머는 새벽 3시에 컴퓨터 앞에서 혼자 웃었다. 코드가 돌아갈 때마다 "야!" 하고 소리쳤지만, 대답해 주는 건 배터리 팬 소리뿐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쓰다듬을 때 사실은 자기 마음을 쓰다듬는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내 것인지 그들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가만히 있어 준다. 움직이면 온도가 흩어진다.


처음 며칠은 조용했다. 급식, 물, 청소, 순찰. 분담표를 만들고 사진을 찍고, 내 식사량을 숫자로 적었다. 편의점피터는 사료보다 도시락을 더 크게 흔들었다. 김밥 냄새가 코를 간질이면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남은 것을 처리하는 건 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웃었고, 나는 속으로 계산했다. 그 돈이면 닭가슴살 세 팩이다.


돌봄 간호사는 저염식을 외쳤고 편의점피터는 1+1을 외쳤다. 둘은 마치 마트 진열대 앞에서 작은 선거를 치르는 중이었다. 카톡방이 뜨거워졌다.


"돌봄 간호사: 복순이 신장 생각해서 저염 사료로~"

"편의점피터: 그거 한 포에 1만 8천 원이에요;;; 지금 1+1 하는 걸로 하면 한 달에 5만 원 절약"

"플랜맨: 예산안 다시 짜보겠습니다"

"할머니총무: 5만 원이면 간식도 사고~"

"훈련 짱: 전문가 의견으로는 저염이 맞긴 하는데..."

"프로그래머: 가격비교 앱 만들어서 최저가 추적할게요ㅋㅋ"

"인턴닥터: 신장 수치 정기 체크하면 일반 사료도 ok"


나는 그들이 사료를 놓고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돈과 정성의 분량을 재는 중이다. 저염식은 마음의 보험이고, 1+1은 현실의 타협이다.


플랜맨은 중재하려다 예산표를 꺼냈고, 철통경비는 무전을 잡고 "분리수거장 이상 무"만 반복했다. 훈련 짱은 목줄을 보여주며 예고했다. "적응 훈련 들어갑니다." 나는 앞발로 탁 쳤다. 금속 버클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짧게 튀었다. 눈을 맞췄다. 나는 내 규칙을 설명할 줄 모른다. 대신 보여준다. 열한만 허락. 나머지는 선 밖.


프로그래머는 내 목에 가벼운 장치를 달았다. 벨크로가 털을 스치며 붙는 소리와 함께 작은 진동이 피부에 닿았다. 그는 지도에 점을 찍고 공유했다. '오늘 복순, 놀이터 쪽.' 채팅창에는 웃는 토끼, 울고 있는 곰이 뛰어다녔다. 그림은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냄새만큼 솔직하진 않다. 냄새는 거짓말을 못 한다. 오늘 내게 묻은 냄새는 젖은 신문, 모서리 찢긴 상자, 새벽 컵라면, 그리고 손.


나는 손을 많이 본다. 손은 입보다 먼저 본심을 말한다. 지게차아저씨의 장갑은 거칠었고, 그 거칠음이 내 털을 지나갈 때 나는 안심했다. 그는 새벽 5시마다 나타났다. 지게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또 왔네, 복순이." 그의 목소리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안도가 섞여 있었다.


돌봄 간호사의 손은 꼭 쥐어져 있었다. 주사 놓던 습관이 남은 듯 손등에 작은 긴장이 살았다. 그녀는 내 맥박을 잴 때 자기 맥박과 비교하곤 했다. "복순이가 더 안정적이네."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은 야간 근무 12시간의 무게를 달고 있었다.

할머니총무의 손은 파스 냄새가 진했다. 그 손이 간식 봉지를 꺼낼 때 자꾸 동전이 딸려 나왔다. 꼬마선생님의 손에는 늘 분필가루가 묻어 있었다. "복아,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이 또 물어봤어. 언제 만날 수 있냐고."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 26명의 아이들은 많지만, 집에 가면 혼자였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함께 꺼낸다. 피곤과 웃음, 체념과 배짱, 간식과 사과. 그리고 외로움과 나.


그날 저녁, 낯선 냄새가 다가왔다. 비누와 향수, 세탁소의 풀 냄새. 새 옷의 바스락과 빈속.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열두 번째 손이었다. 손등의 혈관이 얇고, 자신감은 향수로 칠해져 있었다. 손끝이 내 쪽으로 왔다. 나는 으르렁을 길게 뽑았다. 낮게, 길게, 정확히. 경계는 예의다. 손이 멈췄다. 카톡방이 동시에 울렸다.


"편의점피터: 신규는 입회비 100만 원 ㅋㅋㅋ"

"꼬마선생님: 복순이가 싫다고 하네요~"

"할머니총무: 열한 룰 유지합시다!"

"다큐유튜버: 지금 촬영 중인데 완전 츤데레ㅋㅋ"

"프로그래머: 복순이 심박수 급상승 알림 떴어요"

"철통경비: 외부인 식별 완료, 퇴거 조치 필요한가요?"

"훈련 짱: 경계 행동은 정상입니다.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


농담은 진심의 포장지다. 그들이 웃을 때 나는 냄새를 확인한다. 다행히 수치심이 났다. 사람에게 필요한 좋은 냄새다.


밤은 길었고, 나는 철문 옆에 몸을 말았다. 철문이 흔들릴 때마다 기름 냄새와 욕설 냄새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세상이 내 영역을 살짝 넘었다가 물러나는 소리. 철통경비가 순찰을 돌며 조용히 발끝을 세웠다. 그의 무전기에서 자잘한 잡음이 흘렀다. "이상 무." 그 말이 이상하게 자장가처럼 들렸다. 나는 눈을 반쯤 감았다가, 어느 틈에 눈을 떴다. 그 사이 누군가 물을 갈아 두었고, 급식통 옆에는 작은 카드가 하나 놓였다. "십 년 뒤, 우리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인간은 가끔 미래형으로 사랑을 말한다. 나는 현재형으로 배가 고픈 편이다. 그래도 그 문장은 따뜻했다. 글자에서 잉크와 손등의 크림 냄새가 났다. 만이천 원짜리의 단정한 향.


다큐유튜버는 내 털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곤 했다. 그는 조회수라는 먹이를 좇는다. 나도 먹이를 좇는다. 우리 사이에는 위계가 없다. "구독자 천 명 넘으면 복순이 전용 계정 만들어줄게." 그는 혼자 말하는 게 익숙했다. 댓글창은 때로 더 시끄럽고 때로 더 조용하지만, 결국 혼자 대답하는 건 똑같았다. 나는 댓글을 읽지 않는다. 배터리 경고음과 함께 조용해졌다. 나는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철통경비는 밤 11시마다 순찰을 돌았다. 군화 소리가 일정했다. 좌우좌우. 그 리듬이 무너질 때가 있었다. 무전기에서 "502호 소음 신고"가 들려올 때였다. 그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또 가족끼리 싸우네."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가족 싸움 중재하러 가는 발걸음은 늘 무거웠다.


인턴닥터는 내 털에서 진드기를 찾으며 혼잣말을 했다. "여기도 없고, 여기도... 건강하네, 복순아." 그 말을 할 때 그의 손이 가장 부드러워졌다. 병원에서는 늘 아픈 아이들만 봤다. 건강한 털의 감촉이 그에게는 작은 휴식이었다. "나도 복순이처럼 건강했으면 좋겠다." 속삭이듯 말했다.


꼬마선생님은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이들은 나를 복아, 복아, 하고 부른단다. 이름이 줄어드는 건 애정의 속도다. 나는 그 속도를 좋아한다. 다만 아이들 손은 가끔 방향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귀를 접고 한 걸음 물러서서, 올바른 각도를 가르쳐 준다. 쓰다듬을 땐 목덜미, 갑자기 껴안지는 말 것. 내 강의료는 간식 반 스푼이면 된다.


훈련 짱은 내 눈치를 살피며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는 내 반응을 보고 표정을 바꿨다. 처음엔 전문가의 표정, 그다음엔 초보자의 표정, 마지막엔 친구의 표정. 나는 세 번째 표정을 가장 좋아한다. 그 표정은 결과를 강요하지 않는다. "복순아, 무리하지 마. 천천히 해도 돼." 그렇게 말할 때 그의 목소리에는 누군가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들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첫 번째 표정으로 오고, 두 번째 표정으로 무너진다. 세 번째로 건너오면 오래 본다. 그게 열한의 법칙이다.


플랜맨은 예산표를 펼치며 중얼거렸다. "사료비 월 15만 원, 간식비 3만 원, 의료비 비상금 10만 원..." 숫자들이 종이 위에서 춤췄다. 그는 도시를 설계하듯 내 일상을 설계했다. "복순이 전용 공간 0.5평, 급식대 높이 20cm, 그늘막 설치..." 혼자서 완벽한 도시를 그리고 있었다. 나를 위한 도시를. 그 도시에서는 아무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비가 오기 전날, 공기가 축축했다. 분리수거장 모서리에 세워 둔 종이들이 스스로 기침을 했다. 나는 박스들 사이로 파고들어 앉았다. 젖은 신문은 엉덩이를 식히기에 좋다. 멀리서 둔탁한 소리가 올라왔다. 굴착기였다. 땅이 낮게 울렸다. 나는 귀를 접었다 폈다. 소리가 크면 냄새가 얇아진다. 얇아진 냄새 사이로 불안이 스며들었다. 불안은 아무 냄새가 없는 척하면서도 금세 퍼진다. 인간들은 그걸 마음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걸 공기라고 부른다.


그날 밤, 채팅창은 드물게 조용했다. 정산표와 영수증 사진이 스치고, 업데이트 연기와 병원 일정 꼬임이 한 줄씩 지나갔다. 모두 바빴다. 그래서 나는 조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으면서 손들의 냄새를 다시 하나씩 떠올렸다. 장갑, 알코올, 잉크, 금속, 무전기, 도시락, 파스, 분필, 배터리, 라텍스, 카메라. 그리고 공통의 한 줄기, 외로움. 외로움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그것은 나를 이곳에 붙잡아 두는 풀처럼 끈적했다. 내가 그들 곁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이 내 곁에 붙어 있었다. 인간은 늘 자기들이 개를 돌본다고 생각한다. 웃긴 건, 내가 먼저 그들을 모아 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나에게 먹이를 주면서 허기를 달랬고, 나를 쓰다듬으면서 위로받았다. 내 온기로 자기들의 차가운 밤을 녹였다. 나는 그걸 모르는 척했다. 모르는 척하는 것도 돌봄의 한 방법이다. 가끔 그들이 "복순이는 사람 같아" 하고 말할 때가 있었다. 틀렸다. 나는 개다. 다만, 사람보다 사람을 더 잘 알 뿐이다.


나는 철문에 살짝 등을 붙이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철문은 식은 물처럼 차가웠다. 지게차아저씨의 작업등이 멀리서 한 번 켜졌다 꺼졌다. 누군가 늦게까지 일하는 밤이었다. 그 불빛이 사라지고 나면 밤이 진짜로 시작된다. 나는 나의 순찰을 시작한다. 한 바퀴, 아주 조용히. 무리를 돌보는 방법은 멀찍이서 냄새를 확인하는 것이다. 위험, 허기, 잠. 나는 코끝으로 그걸 정리한다.


돌아와 보니 급식통 옆 카드가 약간 젖어 있었다. 나는 코로 밀어 안전한 쪽으로 옮겼다. 종이는 비를 만나면 쉽게 찢어진다. 마음도 그렇다. 인간들이 쓴 문장은 언제나 비를 예측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가끔 대신 옮겨 둔다. 내 발톱이 가볍게 긁히는 소리가 어둠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우리는 열한이었다. 열둘째는... 글쎄, 내일 생각해 보자.


나를 쓰다듬지 마. 넌 아직 열한 명의 멤버가 아니니까.


그래도 나는 안다. 언젠가는 열둘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의 손에서도 외로움 냄새가 날 때, 그 외로움이 내 열한의 외로움과 같은 온도일 때, 나는 규칙을 바꿀 것이다. 스트레칭이 아니라, 진짜 환영의 신호로 꼬리를 흔들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개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틀렸다.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선택한다. 열한 명을 선택했고, 그들이 서로를 찾도록 만들었다. 지게차아저씨의 작업등이 꺼지고, 돌봄 간호사의 컵라면 냄새가 식고, 편의점피터의 도시락이 다 떨어져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 여기 있을 것이다.


나는 복순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만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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