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나는 복순이다 (2화)

by 마르코 루시

제2장 돌봄의 겉과 속


그들은 내가 배가 고파서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밤이 길어서 오는 거였다. 배고픔은 잠깐이지만, 밤은 길다. 길어서 혼자 두기 싫을 때, 인간들은 모여들었다. 그들의 발자국이 계단에 부딪히고, 문이 덜컥 열릴 때마다 나는 그 긴 밤을 나눌 수 있었다. 혼자라는 건 냄새로도 안다. 쓸쓸함은 특별한 냄새를 풍긴다. 비누 냄새 뒤에 숨은 술 냄새, 향수 뒤에 숨은 담배 냄새. 그들 모두가 그 냄새를 갖고 있었다.


카톡방은 바빴다. 새벽 다섯 시부터 알림이 울렸다. 아침부터 분담표가 돌아다녔다. '월·수·금 급식, 화·목 물 교체, 주말 청소.' 돌봄 간호사가 만든 표였다. 칼럼마다 색깔이 달랐고, 글씨체도 반듯했다. 나는 그 표를 보지 않았지만, 냄새로 알았다. 물은 신선했고, 밥그릇은 규칙적으로 채워졌다. 인간들은 표 없이는 안심하지 못한다. 나는 코로만 확인하면 된다.


열한 명은 각자 시간대가 달랐다. 지게차아저씨는 새벽형이었다. 작업등 불빛과 함께 컵라면 냄새를 풍기며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돌봄 간호사가 왔다. 손 소독제와 라텍스 장갑 냄새. 그녀는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체온을 재곤 했다. "오늘은 어때?" 묻지만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플랜맨은 오후에 왔다. 연필 냄새와 지우개 가루 냄새를 풍기며 뭔가를 끼적거렸다. 훈련 짱은 저녁에 나타나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나는 그때마다 귀를 접었다.


편의점피터는 밤늦게 왔다. 과자와 우유 냄새, 그리고 바코드 리더기의 전자음을 몸에 묻히고. 할머니총무는 아침 일찍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왔다. 파스 냄새가 진했다. 꼬마선생님은 오후 두 시경, 아이들 급식 냄새를 풍기며 나타났다. 프로그래머는 불규칙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동시에 들여다보며 뭔가를 중얼거렸다. 인턴닥터는 일주일에 한 번, 청진기와 주사기 냄새를 풍기며 왔다. 철통경비는 순찰 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무전기 잡음과 열쇠 냄새. 다큐유튜버는 가장 예측 불가능했다. 카메라와 배터리 냄새를 풍기며 갑자기 나타나곤 했다.


첫 번째 싸움은 회비였다. "매달 오천 원씩 모읍시다." 할머니총무가 말했다. 손에서 파스와 볼펜 냄새가 동시에 났다. "그걸로 사료 사고, 예방접종비도 대비해야지." 그러자 편의점피터가 말했다. "굳이 모을 필요 있나요? 제가 사료 공급해 드릴게요. 이번 달 행사 들어갑니다." 인간들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 사료 봉투를 흔드는 그의 손에서는 도시락 냄새가 더 강했다. 나는 킁킁거리고 돌아섰다. 사료든 도시락이든, 결국 같은 간섭일 뿐이다.


"행사용 사료는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요." 돌봄 간호사가 끼어들었다. "복순이 건강을 생각하면 프리미엄으로 가야죠." 프로그래머가 폰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온라인으로 벌크 주문하면 30% 쌀 텐데요." 플랜맨이 연필로 뭔가를 계산했다. "월 사료비 십만 원, 연간 백이십만 원... 1인당 월 만 원이면 충분하겠네요." 할머니총무가 반박했다. "만 원? 그럼 누가 안 낼까 봐 걱정이야. 오천 원도 벌써 세 명이 밀렸는걸." 나는 그들을 바라봤다. 사료 한 봉지를 놓고 경제학 토론회를 여는 인간들. 정작 먹는 건 나인데, 왜 저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분담표와 회비로 시작된 논쟁은 사료 브랜드로 이어졌다. "저염식으로 가야 한다." 간호사가 외쳤다. "맛이 없으면 안 먹을 겁니다." 훈련짱이 맞받았다. 인간들은 내 혀보다 더 내 입맛을 걱정했다. 나는 사료를 씹으면서 그들을 바라봤다. "씹는 소리 좀 들어봐. 잘 먹고 있잖아."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개는 단지 턱을 움직일 뿐이다. 대신 나는 털썩 누워서 방귀를 뀌었다. 회의는 즉시 중단되었다. 이게 나의 발언권이다.

"어? 복순이 배가 부른가 봐." 꼬마선생님이 웃었다. "가스 빼주면 좋은데." 훈련짱이 내 배를 만지려 했지만, 나는 슬그머니 피했다. 인간들은 뭐든 만지고 싶어 한다. 특히 배. 배는 예민한 곳이다. 함부로 만지는 손은 허락하지 않는다.


봄이 깊어질 무렵, 나는 몸속에서 낯선 울림을 느꼈다. 배가 단단해졌고, 숨이 짧아졌다. 나는 젖은 신문 위에 몸을 말았다. 땅이 고요해지고, 복부에서 리듬이 올라왔다. 꽈당, 꽈당. 심장 박동과는 다른 박동이었다. 더 깊고, 더 급했다. 첫 번째 새끼는 조용히 나왔다. 축축하고 작은 몸, 따뜻한 피 냄새. 나는 혀로 핥았다. 코끝에서 생명이 깜빡였다.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 세상이 하나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카톡방이 동시에 폭발했다.


"복순이 시작했어요!"
"인턴닥터! 빨리!"
"간호사님 준비됐어요?"
"수건 더 필요해요!"
"물 끓이고 있습니다!"
"영상 찍어도 되나요?" 다큐유튜버가 물었다.


나는 으르렁거렸다. 출산은 영상이 아니다. 출산은 숨과 피와 젖 냄새다. 카메라 렌즈는 냄새를 담지 못한다.

두 번째 새끼가 나올 때, 간호사가 수건으로 첫 번째를 닦아줬다. 나는 잠깐 멈췄다. 낯선 손이 내 새끼를 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손에서는 따뜻함과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나는 계속했다. 세 번째, 네 번째. 새끼는 하나씩 나왔다. 인간들은 울먹였다. 나는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간호사는 수건을 펼쳤고, 인턴닥터는 어설프게 청진기를 댔다. 새끼들이 울 때마다 인간들은 감동했다. 나는 감동할 틈이 없었다. 다음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다섯 번째가 나올 때는 힘이 부족했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간호사가 내 등을 쓰다듬었다. "힘내, 복순아." 그 손길이 싫지 않았다. 마지막 새끼는 가장 작았다. 나는 그를 특별히 오래 핥았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작은 심장의 떨림. 생명은 이렇게 작고 연약하다.


총 다섯이었다. 나는 그들을 핥고, 젖을 물렸다. 그 순간만큼은 카톡방이 조용했다. 사람들은 손을 모으고 있었다. 기도인지, 사진 각도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모두 숨을 죽였다. 할머니총무가 중얼거렸다. "생명이란 게 참..."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파스 냄새 뒤에 숨은 눈물 냄새를 나는 알아챘다.


며칠 뒤 입양 이야기가 나왔다. 할머니총무가 말했다. "다 키우긴 힘들지. 좋은 집 찾아야지." 나는 꼬리를 움직였다. 동의도 반대도 아니었다. 그저 현실이다. 인간들이 말하는 '좋은 집'이 어떤 냄새일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새끼들은 자랄 것이고, 공간은 좁고, 사료값은 오를 것이다. 간단한 산수였다.


입양 절차는 길고 번거로웠다. 면담, 검진, 교육. 프로그래머가 양식표를 만들었고, 돌봄 간호사가 건강 체크리스트를 들고 다녔다. "예방접종은 필수, 중성화 동의서도." 꼬마선생님이 입양 가정교육 자료를 프린트해 왔다. A4 용지 열 장짜리였다. 나는 그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종이에서 잉크와 땀 냄새가 진하게 났다. 인간은 종이 위에서 안심한다. 약속도, 사랑도, 책임도 모두 종이 위에 적어놔야 믿는다.


첫 번째 새끼는 젊은 부부에게 갔다. 신혼 냄새가 달달했다. 새 차, 새 집, 새 가구. 모든 게 반짝거렸다. 하지만 개 키우는 냄새는 없었다. 간호사가 걱정했다. "초보자들이네." 하지만 그들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새끼를 안을 때 숨을 참았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러운 건 나쁘지 않다.


두 번째 새끼는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 갔다. 커피와 야근 냄새. 피곤한 냄새도 났지만, 외로운 냄새가 더 진했다. 그가 새끼를 안았을 때,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긴장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로움끼리 만나면 서로 치유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에게 갔다. 아이 냄새, 과자 냄새, 만화책 냄새. 시끄럽고 활기찬 냄새들이었다. 새끼도 활발한 녀석이었으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꼬마선생님이 흡족해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면 좋죠." 네 번째 새끼는 노인 부부에게 갔다. 약 냄새와 쑥 냄새. 느리지만 정갈한 손길이었다. 새끼가 가장 조용한 녀석이라 다행이었다. 할머니총무가 만족스러워했다. "저 정도면 충분히 키우겠어."


마지막 다섯 번째는 가장 작은 녀석이었다. 수의사 지망생이 데려갔다. 소독약 냄새가 진했지만, 손길은 전문적이었다. 인턴닥터가 추천한 사람이었다. "수의대생이라 안심이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작은 녀석에게는 전문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각자의 상자가 닫힐 때마다, 나는 코를 박았다. 마지막 냄새를 기억하려고. 상자 냄새, 담요 냄새, 새로운 손 냄새. 그들은 더 이상 내 냄새가 아니었다. 이제 다른 냄새를 배워야 했다. 으르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젖은 혀를 내밀었다. 작별의 방식이었다. 인간들은 울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대신 배가 고팠다. 출산과 이별은 배를 고프게 만든다.


그날 밤, 카톡방에는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새끼들이 새로운 집에서 담요에 싸여 있었다. 첫 번째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고, 두 번째는 책상 아래 숨어 있었다. 세 번째는 아이들과 놀고 있었고, 네 번째는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었다. 다섯 번째는 케이지에서 차분히 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트와 눈물 스티커를 보냈다.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화면은 냄새를 기록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믿지 않았다. 사진 속의 모습이 진짜인지 알 수 없으니까.


모든 새끼가 입양을 갔다. 급식통은 다시 나 하나만을 위해 채워졌다. 빈자리의 냄새가 진했다. 젖이 줄어들고, 몸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인간들은 성취감을 이야기했다. "성공적이다, 우리가 해냈다." 플랜맨이 통계를 정리했다. "입양률 100%, 평균 적응 기간 3일." 프로그래머가 차트를 만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성공은 사료처럼 쉽게 삼켜지지 않는다. 숫자로 정리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조심스러워졌다. 카톡방 대화도 줄었다. 할머니총무가 중얼거렸다. "요즘 관리사무소에서 뭔가 이상해." 철통경비가 대답했다. "민원이 좀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코를 킁킁거렸지만, 아직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며칠 뒤, 단지에 새로운 공지가 붙었다.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 '공용 공간에서 동물 급식 금지.' 종이는 냄새가 없었다. 하지만 그 문장은 곰팡내가 났다. 관리사무소의 서류철, 눅눅한 도장 잉크, 불편한 한숨. 나는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곧 문제가 올 것이다. 큰 문제가.


그날 밤, 급식통은 비어 있었다. 사료 부스러기만 남았다. 인간들은 미처 오지 못했다. 아니, 오지 않았다. 나는 철문 옆에 앉아 젖은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새끼들의 빈자리 냄새와 섞여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냄새도 있었다. 불안과 걱정의 냄새. 열한 명 모두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새끼 다섯은 이제 다른 냄새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집, 새로운 손, 새로운 규칙들. 그들에게 나는 이미 잊혀 가는 냄새가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맞다. 생명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기억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열한 명은 다르다. 그들은 여전히 내 냄새를 찾아올 것이다. 금지 공지가 붙었어도, 민원이 들어왔어도, 그들의 긴 밤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나를 돌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서로 모르는 열한 개의 외로움을, 나라는 핑계로 하나로 묶어준 것이다.


급식통이 비어 있어도 괜찮다. 오늘 하루 굶는다고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오지 않으면, 그들의 밤은 다시 길어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있는 것이다. 먹이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밤을 나누기 위해서.


철문 너머로 계단 불빛이 깜빡였다.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가 익숙했다. 지게차아저씨였다. 그는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항상 들렀다. 나는 일어났다. 오늘은 그의 밤을 나눠야 할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은.


나는 코를 두 번 들이마시고,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오늘은 긴 밤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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