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초록이 함께한 도시 시드니 비행이야기
오늘은 시드니로 떠나자.
이틀의 짧은 오프가 지나고 오늘은 시드니 비행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 등원을 시키고 밀린 집안일을 마치고 바삐 비행준비를 한다.
오늘은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처음 새로운 팀에 배속되어 비행하는 첫날이기 때문에 다른 비행날 보다 더 꽤나 긴장감 있게 출근하였다.
공항 브리핑룸에 설렘과 긴장된 마음을 가득 안고 들어섰다.
어느 직장이나 그렇겠지만 일은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어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내 입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야 내 주변엔 항상 좋은 사람들만 가득해’
나의 이런 끌어당김의 법칙 때문인 건지 정말로 내 주변엔 항상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행히 새 팀원들도 팀장님도 좋으신 분들인 것 같아 나도 그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즐거운 비행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
9시간 25분을 날아 시드니에 도착했다.
짐을 챙길 때면 꼭 그 나라 날씨에 따라. 옷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엔 항상 4계절 옷이 모두 나와 있다.
‘음 최고 기온이 20도까지도 올라가네 우리나라 4월 날씨 정도니까 적당하게 챙기면 되겠지?’
으악.. 그 생각은 시드니 도착에서 비행기 문이 열리며 찬 공기가 화악하고 들어오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하기 인사 중 손님들께서는 언제 가방에서 꺼내어 갈아입으셨는지 두툼한 경량 패딩도 꺼내 입으신 분들도 보였다.
‘으.. 10년 비행 경력도 날씨 체크 앞에서는 소용없구나..‘
아이들과 함께 오프를 보내는 날에는 정신없이 쉴 틈 없이 보내기 때문에
나의 유일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도착한 숙소 안이다.
이렇게 조용한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아 드디어 호텔이다 꼬링꼬링한 발부터 씻자.. ㅎㅎ’
밤새 걸어서 시드니에 도착해 짐을 풀고 씻고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밖은 아침이 밝아 오고 있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일단 자자..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도 없고 조용한 숙소에서 푹 자다 갈 생각을 하고 있지만 늘 생각보다 잠을 푹 잘 수가 없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나니 더욱더 아이들 시차에 맞춰져서 한국에서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시간이면 더더욱 잠이 잘 안 온다..
그래도 한 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다..
‘오랜만에 달링하버나 걸어서 나가볼까..?’
앗 비가 온다.. 날씨도 춥고 도착날은 적당히 옆에 푸드코트에 가서 때워야겠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오는 시드니.
역시 몸이 기억한다 구글맵을 보지 않고도 곧장 호텔 옆 마트로 향한다.
적당히 먹을 것을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냠냠 마끼와 따뜻한 미소국으로 소소한 한 끼 식사를 한다.
비행 초반엔 왜 그리 현지에 왔는데 한식을 드시는 선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10년 차 승무원이 되고 나니
피곤하면 무조건 한식이 당긴다… 밥심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둘째 날.
어젯밤 새벽 늦게 까지 잠이 오지 않아 이것저것 영상도 찾아다 보고 강의도 듣고 하다 거의 새벽녘이 돼서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아침 11시.. 헉.
오늘은 오페라 하우스까지 걸어가 볼 생각이었는데 해가 일찍 지니까 얼른 나서야겠다!
이 놈의 배꼽시계는 정말 정확하게도 울린다.
달링 하버에 가면 맛있는 맛집이 많겠지 일단 가보자!
낮엔 다행히 햇빛이 강하게 비춰 날씨가 제법 따뜻했다.
오랜만에 도착한 달링하버!
한국에서도 늘 맛집정보를 인터넷에서 뒤져 리뷰를 뒤지고 안전한 메뉴만 선택하곤 했는데
이곳에서 까지 남들이 정해놓은 맛집을 가고 싶지 않은? 이상한 갑자기 그런 마음에..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힝 내가 생각한 메뉴가 아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구글맵에 찾아뒀던 버거 집으로 갈걸.. 결국 난 또 리뷰의 노예? 가 되는 건가..
혼자 먹은 식사가 꽤 돈도 나와서..
다음엔 하버에 오는 길에 샌드위치 가게에 들러서 커피 한잔이랑 샌드위치랑 싸들고 하버 근처 공원에 앉아서 먹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소화도 시킬 겸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다.
구글맵은 켜고 다시 걷기 시작.
오페라 하우스로 가는 동안 호주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는 유튜브를 들으며 걸었다.
호주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국토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섬이 아닌 대륙으로 나타낸다고 한다.
호주가 처음 발견했을 당시 불모지의 땅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땅속에서 금들이 나오면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호주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이 유럽계 백인들이 많았지만 아시아계 중국인이나 인도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과 공존하는 나라인 것 같았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앉아서 가만히 바람을 쐬었다.
좋은 곳에 오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엄마, 아빠, 여동생에서 영상통화를 걸었다.
코로나 전에 남편과 시엄마를 모시고 이곳에 왔었는데 그때도 어머님이 좋아하셨다.
그때는 한국 겨울이 오느라 이곳은 꽤 더웠었는데 지금은 완전 가을 날씨다. 하늘도 너무 이쁘고 최고였다.
다음엔 기회가 되면 친정 부모님도 꼭 모시고 와야겠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천문대가 있는데 그곳에 올라가보니 하버 브리지가 모두 내려다 보였다.
초록초록한 잔디밭에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알록달록 풍선을 불어 사진을 찍어주는 가족들.
기념일을 맞이해 예쁜 피크닉을 꾸민 커플들.
이 멋진 공간에서 다들 저마다 각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순간 나도 벅찬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로 가득해서 눈물이 날 지경으로 마음이 울렁거렸다.
아이가 생긴 뒤 긴 시간을 떨어져 근무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힘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또 이렇게 선물 같은 하루가 올 때면 그 모든 것이 감사하고 내가 이렇게 일을 하면서 세계 곳곳을 내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한없이 감사한 순간이 온다.
내 아이들도 이러한 순간을 느끼며 세상을 넓고 행복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일이면 또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밤새 날아가야 하지만.
오늘은 일단 이 순간을 즐기리.
그리고 순간을 기록하리라.
역시 내 직업은 단짠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