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수도 없이
길을 잘못 들어섰겠지

by 한희정

며칠 전 자동차 정기검사가 있었다.

4년 만에 받는 첫 자동차 정기검사였다.


조금 일찍 예약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가까운 검사소는 내가 가능한 시간에 예약이 모두 마감되고

그나마 거리가 좀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하게 되었다.


10시 40분~10시 59분 사이에 방문하면 된다고 했다.

30~40분 걸리는 거리이고 초행길이니 조금 서둘러 출발했다.

출발하고 어느 거리만큼은 아는 길이기도 하고

가는 길이 조금은 지루하니 자동차 블루투스로 아는 언니에게 전화를 건다.

며칠 전 내 책을 읽고 울었다며 기분 좋은(?) 피드백을 받은 참이어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비게이션을 보며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실수 없이 잘 갔다.

시간도 알맞게 도착할 듯했다.


이제 슬슬 전화도 마무리할 준비를 하며,

내비게이션의 좌회전 표시를 봤는데

거리 인지를 제대로 못 하고 지나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도 좋았다.


거기서 언니에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마무리 멘트를 하는 와중에

이런 ㅠㅠ

차선을 잘못 타고 말았다.

3, 4차로를 타고 유턴을 해야 했는데

그만 2차선에서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하고 지하차도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다시 찾았고,

15분이나 시간이 더 걸린다고 나오는 것이다.

망했다.


하~~~~안참을 가서야! 유턴이 가능하다는 거다.

길을 잘못 들어선 거다.

"처음 좌회전 신호에서 들어갔어야 했다."
"아니 조금 전 지하차도로 들어가지 않았어도 괜찮았다."


꼼짝없이 다음 유턴이 가능한 곳까지 가야 하는 거다.

시계를 보니 늦었다.

예약 시간을 5분 이상을 넘길 듯하다.


습관처럼 자책이 시작됐다.

“너 바보 아니야? 처음 좌회전 놓쳤을 때 전화를 끊었어야지!”
“아니 애초에 초행길에 전화를 왜 하니?”
“잘하는 짓이다.”

그래도 자책의 시간이 줄고 있다.

전에는 며칠씩도, 몇 시간씩도 나를 괴롭히곤 했는데

점점 빨리 알아차리고 있다.


그렇게 짧은 후회와 자책을 하다 불현듯


“내 삶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 이렇게 길을 잘못 들어섰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의 나처럼 후회와 자책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눈앞에 목적지가 있었는데, 잠깐! 아주 잠깐! 한눈 판 건데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가야 했을까?
운전대를 치며 화를 내고 얼마나 억울해하고 얼마나 마음 아파했을까?
누군가 동승이라고 했다면 ‘왜 넌 그때 가만히 있었냐’고 핀잔을 주진 않았을까?

갑자기 내 인생이 지금 길을 잘못 들어선 내 차처럼 오랫동안 돌고 도는 중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예약 시간보다 2분 늦게 검사소에 도착했다.

결국 목적지를 잊지 않았기에 나는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한 행동에 자책과 후회가 있었지만

난 내가 가야 할 곳을 잊지 않았기에 조금 늦었지만 도착했고,

자동차 검사를 받았다.


옛말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오늘 나에게 이 속담은 서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인생의 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거 같다면

내비게이션의 목적지가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해 보길 추천한다.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내비게이션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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