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계를 참 좋아라 하는 편이다.
핸드폰의 경우에는 새로운 사양이 나오면 꼭 사곤 했던 사람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부터
2년 약정이 끝나면
여지없이 새로 나온 버전의 핸드폰으로 교체하곤 했다.
그러다 2010년쯤 아이폰4를 만나고
아이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핸드폰 유목 생활을 청산했다.
그렇게 아이폰5까지 사용했었다.
그사이 이혼을 하게 되고 학습지 교사를 하게 되면서
회사업무 프로그램을 설치하려면 안드로이드폰이어야 한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면서 2017년 아이폰과 이별을 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꼭 아이폰으로 돌아오리라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현재 2025년 난 LG V50S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2021년도 LG에서 더는 핸드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바꾼 거다.
몰랐다. LG에서 모바일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이폰 10으로 바꾸겠다고 마음을 먹고 또 먹고 있을 때였는데,
그리고 전혀 핸드폰 교체에 대한 계획도 없을 때였는데,
노트북 AS를 갔다가 뭐에 홀린 듯 핸드폰 코너로 가서는 떡하니 가입한 것이다.
비싼 삼성과 아이폰만 원하는 내가 너무 속물 같기도 했고,
상담이나 받아보자 했는데 혜택도 많았고,
기능도 비슷해 보였다.
그게 사업을 접으면서 하는 행사인지 난 꿈에도 몰랐던 거다.
한참 가입을 위한 서류를 쓰고 절차를 밟고 있는데 회사 동료가 전화가 왔다.
“어디야?”
“나 LG 매장에서 핸드폰 바꾸는 중이야!”
“아니 왜 LG에서 핸드폰을 바꾸는 거야?”
“아니 여기 노트북 수리 왔다가 괜찮은 거 같아서,
나 지금 뭐 작성 중이라 좀 있다 전화할게~”
그렇게 기기를 변경하고 나오는 길에 동료에게 전화했다.
“왜 전화한 거야? 넌 어디야?”
“난 사무실인데, 아니 LG 핸드폰 사업 안 한다고 했는데 너 왜 거기서 핸드폰을 한 거야?”
“뭐라고? 나 몰랐는데? 진짜야? 나 정말 몰랐어.”
기계 마니아인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내려온 거지 ㅠㅠ
그래, 내가 한발 양보해서 LG 폰 할 수 있지, 근데 왜 이 시점에….
그렇게 4년을 넘게 이 핸드폰과 함께하고 있다.
2년이 되었을 때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약정이 생기는 게 싫었고,
자가폰으로 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주변의 삼성폰, 아이폰을 볼 때면 부럽긴 했지만,
그 정도의 사양이 필요하지 않다며 애써 나를 위로하곤 했었다.
날이 갈수록 핸드폰 가격은 더 오르고 있다.
전화받고 카톡 하고 은행 업무 등을 할 때 별문제는 없다.
하지만 난 사진 찍기도 좋아하고 영상이나 녹음도 많이 하는 편이다.
헌데 화질차이가 엄청난다.
시간이 갈수록 차이는 더더욱 벌어진다.
이번 책 책 표지 만들 때,
아들이 삼성 S24로 표지의 필요 없는 부분을 지워주기도 했다.
삼성폰이나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내 폰으로 다운 받아서 보면 화질이 떨어진다.
어제는 아는 분이 화장품 협찬을 받아서
광고 영상을 찍어서 업로드하신다고 해서
촬영도 좀 도와드리고 영상 편집을 도와드렸다.
그분 핸드폰은 삼성 최신형.
그분 핸드폰으로 찍고 내 폰으로 전송해 주시면
내 폰에서 다운 받아서 어플로 작업해서 다시 그분께 보내자,
화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그분 핸드폰으로 다시 작업을 해서 업로드를 마쳤다.
오늘 아침 문득, 내 폰이 지금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기술을 부려도 결국 출력해 내는 내 폰에서는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핸드폰의 사양을 높이면 결과물이 그래도 내가 한만큼은 나올 거 같은데 말이다.
전에는 기계의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능력이 없어서,
내가 프로그램을 잘 못 다뤄서 결과물이 좋지 않은 거라고만 생각하고
나를 채찍질하고 훈련하고 밀어붙이기만 했던 거 같은데
오늘은 내 핸드폰이 내 삶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올라온 거다.
한다고 하는데도 내 인생이,
내 폰처럼 내가 기술을 부린 만큼 결과를 내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 투정을 부려본다.
핸드폰이야 너무 불편하고 번거롭고 그렇다면 바꾸면 되는데
내 인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글을 쓰다 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내내 떠나지 않던 이 질문의 답을 오늘은 찾지 못했다.
핸드폰의 사양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술을 연마하다 보면 좋은 폰을 가지게 됐을 때,
바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 거처럼 그냥 그렇게 하루를 살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아니면 전화도 받을 수 있고, 카톡도 할 수 있고, 은행 업무도 할 수 있고, 화질은 낮지만 그래도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까?
오랜만에 어려운 수수께끼를 만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