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1938년 영국의 연극 <Gas Light>와
이를 바탕으로 한 1944년 영화 <Gaslight>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남편이 아내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아내를 미치게 만든다.
집안의 “가스 조명(가스등)”을 은근히 어둡게 줄여놓고,
아내가 그 변화를 눈치채면 "그건 네 착각이야, 조명이 어두워진 게 아니야"라고 부정한다.
이렇게 상대방의 지각과 기억, 현실 인식을 계속해서 왜곡하면서
정신적으로 지배하려는 행동이 중심 소재였고,
이후 이런 심리적 조작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사실 ‘가스라이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0년을 넘게 아주 가깝게 지낸 지인분과 연락이 끊어지면서 알게 된 것이다.
물론 10년 동안 여러 번 연락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지만,
그 모든 끊어짐과 이어짐이 그분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이혼 전부터 알고 지낸 분이었고,
처음부터 그런 관계는 아니었던 거 같다.
내가 이혼하고 정신적으로 좀 힘들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그분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했고,
모든 것을 상의하고 도움을 청했다.
친구들이며 가족들로부터 나를 고립시켰던 시기였다.
그래서 아마 그분께 더 의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고
참 많이도 찾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한 걸까?"
"아닐 거야,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니시지?"
이런 2가지의 마음이 공존한 상태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분도 모르게 우리 관계가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누구의 잘못이긴 할까?"
‘가스라이팅’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래도 정확히 기억나는 한 가지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더 이상 그분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심리적 통제.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당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심리적 지배에서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나는 나를 잘 지켜내고 있다고 자부했다.
가끔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느껴질 때면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울 때가 있다.
누군가 들어앉아 있는 거처럼 어찌나 쫑알대는지
‘네가 이러니까 우울한 거야?’
‘이렇게 게을러서 네가 뭘 할 수 있겠니?’
‘지난번에도 안 그런다고 하고는 또 하고 있잖아’
‘어느 세월에 이뤄지겠니?’
‘앞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어?’
등등
우리는 불안이 증가하면 그런 내 마음을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
사실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면 내 머릿속 소리가 더 크게 잘 들린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저런 말들에 대답을 하곤 한다.
한데 그날은 갑자기 “뭐야 나 '셀프 가스라이팅'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디서도 들어보지도 못한 말, <셀프 가스라이팅>
순간, 이런 말이 있나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과 의사가 했던 강의로 기억하는데
‘셀프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본 것이다.
자기 인식이 지나치면 셀프 가스라이팅이 된다.
셀프 가스라이팅 맞았네.
'자기 인식이 지나치면'이라는 말이 너무 공감됐다.
사실 머릿속에 떠드는 소리를 자세히 듣고 있는 거 자체가 자기 인식이니까 말이다.
요즘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타인이든 자신이든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타인은 피하거나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하려고 연습하고,
머릿속에서 떠드는 소리에는 ‘닥쳐’라고 한다. (‘닥쳐’가 의외로 효과가 좋다)
나는 마음이 유일하게 뇌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을 다루는 일, 생각을 다루는 일을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