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수업이 끝난다.
하루에 겨우 3시간 수업이지만 끝날 때가 되면 좋은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한데 갑자기 뒷골이 댕긴다.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는 거 같기도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아들 입대한 지도 이제 한 달 남짓.
한 달 정도 지나니 이제 조금 적응이 된 기분이다.
그래서 오전 시간을 좀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일어나면 세수만 하고 가방을 챙겨 도서관에 출근하기로 했다. 어제 오전에도 도서관 열람실에서 글쓰기와 책 읽기를 하고 왔다.
그래봐야 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이지만 그녀는 뭔가 큰일을 한 거처럼 마음 가득 뿌듯하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수업을 시작했을 뿐인데, 갑자기 뒷골이 너무 아프다.
그녀는 왜 머리가 아픈지 이유를 찾기 바쁘다.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플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 골치가 아파진다.
겨우 수업을 마치고 간단한 저녁을 차리면서 머리는 더 아파온다. 신음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그래도 그녀는 오이와 토마토로 만든 샐러드와 빵을 먹었다.
아픈데 맛이 있다. 맛있는데 머리는 왜 점점 더 아파지는지.
대충 접시를 싱크대에 넣고 며칠 전 훈련소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고 남은 진통제를 먹고 침대로 갔다.
아프긴 한가보다 잠이 바로 든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잠이 깼다. 머리는 더 아프다. 열도 나는 거 같다. 체온계가 없으니 확인은 안 되지만, 확실하다.
열이 난다.
갑자기 너무 무섭다.
6개월 전 걸린 A형 독감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심한 위궤양과 20일이 넘는 부정 출혈로 고생한 생각에 더 아파지면 어쩌나 두려움이 밀려온다.
다시 진통제 하나를 먹고 누웠다.
-왜 아픈 거지? 더운데 돌아다닌 적도 없는데,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없는데, 평소 혈압이 높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갑자기 왜 아파진 건지?
혹시 냉방병인가? 오전에 도서관에서 좀 춥기는 했는데…. 그래봐야 2시간이고 수업 시간에도 24도~25도로 해 놓는데 냉방병이겠어?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의 원인을 찾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픈데 잠은 잔다. 얼마나 다행인가. 너무 아프면 잠을 못 잔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아프지만 잔다는 것에 안도했다.
눈을 뜨니 아침 6시 20분.
어제보다 조금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깨질 거처럼 머리가 아픈 건 괜찮아진 듯하다. 하지만 나은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린다. 그녀는 다시 빈속에 진통제 하나를 더 먹는다. 더 아프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마음뿐이다. 그리고 또 잠이 든다.
그렇게 오전 10시 잠이 깬다. 머리 아픈 건 거의 나은 듯하다. 뒷골은 뻐근하진 않았다. 그저 어제의 그 뻐근함을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근데 힘이 없다. 더워서 그런 건지, 아파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도서관을 가도 되나?
그녀는 이 와중에 도서관에 가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누군가 곁에 있다면 그냥 쉬라고 말해줄 것 같은 상태인데, 그녀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건강했다. 머리가 아파도 자고 나면 나았고, 체한 거 같은데 자고 나면 괜찮아져 있고, 상처가 덧난 적도 없다. 그녀의 여동생은 잔병치레를 하는 편이었다. 그런 동생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아프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건강하다는 건 관심을 받기에 역부족이었다.
또한 그녀에게 아프다는 기준은 병원에 실려 갈 정도가 되어야 했었다. 그래야 결석이든 결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느낌이나 생각보다는 병원에 갈 정도인가 아닌가로 판단하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 생각은 그녀의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의식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마치 자신의 무의식을 알아차렸다는 듯 이렇게 내뱉는다.
-아니야, 나 지금 아파. 힘이 없어. 그리고 몸이 뭔가 이상해. 이건 아픈 거야. 쉬는 게 맞아. 제대로 안 쉬면 더 아파지는 거야. 그러니 어디 갈 생각 말고 쉬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고는 다시 진통제를 먹으러 갔다.
그녀는 무서웠다. 더 아파질까 봐.
내일까지 나아지지 않으면 바로 병원을 갈 거라고 다짐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도서관을 갈까 말까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다시 잠이 들었다.
오후 1시쯤, 다시 기상했다. 이제는 일어나 밥을 먹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한데 몸이 조금 가볍다. 배가 고픈 걸 보니 몸이 좀 나아진 모양이다.
어제 점심에 사다 놓은 청정원에서 나온 남도추어탕을 냄비에 넣고 데워 선풍기를 틀어놓고 땀을 흘리며 먹는다.
살 거 같다.
추어탕만 무지막지하게 퍼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서 먹었다. 그러고 나니 힘이 좀 났다.
-이제 좀 살겠다.
수업 준비를 하고 회원 아이를 기다리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방병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어떤 학원 선생님의 냉방병 이야기가 나의 증상과 비슷했다. 결국 덥다고 너무 밖에 안 나가고 실내에서만 있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어서 그런 듯했다.
그렇다고 에어컨 온도를 더 높일 수도 없다. 선풍기만 틀 수도 없다. 난 실내에 있다가 아이들을 맞이하지만, 아이들은 밖에서 움직이다가 들어오기에 너무너무 덥기 때문이다.
오늘은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마스크를 하고 수업을 했다.
혼자 살면서 아픈 게 가장 무섭고 서럽다는 것을 그녀는 여러 번 경험했다. 다음 주에는 입대한 아들 훈련소 수료식도 있는데 아프면 안 된다.
사실 어제는 아픈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더 아파질까 봐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었다.
몸은 괜찮아졌는데 어제의 그 무서웠던 마음이 그녀 안에 남아 있었다. 하루 만에 괜찮아진 것에 대해 너무 감사했다.
수업이 끝나고 그녀는 하루 반나절 만에 집 밖을 나갔다. 찜통 같은 더위가 오히려 반가웠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오늘 점심에 나를 살게 해 준 '남도추어탕' 3개를 사서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