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면 큰아들 훈련소 수료식이 있다.
시간은 그렇게 야무지게 흘렀다.
입대는 아빠와 가고 수료식은 내가 가기로 한 것이다.
입대하는 날 아빠와 만나기도 한 지하철역에서 헤어지며 잘 다녀오라고 안아주었다.
헤어지고 돌아와 잠깐 잠든 사이, 꿈속에서 뛰어서 대구 훈련소까지 간 꿈을 꾸었다.
그 꿈을 꾸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함께 가고 싶었구나 싶어 씁쓸했다.
그렇게 입대를 시키고 가만히 집에 있지를 못했다. 자꾸 집 밖을 나가고, 아주 엄청 필요한 물건도 아닌데 굳이 사러 어딘가를 가고, 며칠은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러다 같은 장소를 두 번씩 가는 상황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그저 생각나면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움직이고, 생각나면 또 즉각 반응하는 그런 식 말이다.
‘희정아,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급한 것도 아닌데 지금 사러 나가야 이유가 뭐야? 너 요 며칠 계속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거 같아.’
그렇게 나를 돌아보니 며칠째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이 입대하고 다시 혼자 지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불안했던 모양이다.
내가 스스로 내린 병명은 ‘정서불안’이었다.
사람이 불안하면 이렇게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는 것을 좀 더 잘 알게 된 계기였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은 일을 만들어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내 상태를 알아차리며 했기에 안정을 찾아갔다.
또 하나, 2013년에 방송한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내 봤다.
아들 입대 전에 유튜브 쇼츠로 진짜 사나이 해병대 편이 자주 나왔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풀버전을 보고 싶어서 OTT로 해당 회차를 찾아서 봤었다.
재미있게 잘 보고 두었는데, 아들 입대하고 ‘진짜 사나이’ 첫 회부터 봐볼까 싶어서 보게 된 것이다.
그 프로그램은 2013년에 시작해서 시즌 1, 시즌 2를 해서 180회가 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진짜 사나이’는 내내 나와 함께 했다. 이래도 되나 싶게 그 프로그램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요일마다 꼭 챙겨보던 프로그램도 별로 보고 싶지 않고, 이미 10년도 더 된 오래된 프로그램을 보면서 예능이지만 군대를 공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유난이다. 뭐 그렇게까지 하냐 그럴까 봐 혼자 몰래 그렇게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봤다. 이렇게 주야장천 봐도 되나 싶게 말이다.
1주, 2주가 흐르면서 습관처럼 자신의 제한을 두기도 했다.
한편만 봐/한 시간만 보자/밥 먹을 때만 보자 등등
그렇게도 해보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내가 일도 안 하면서 보는 것도 아니고, 할 일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본다는 건데, 그냥 보자. 보고 싶을 만큼 보자. 내가 필요하니까 보는 거겠지. 그냥 두자.'
그렇게 결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 달이 되어 갈 때쯤 자연스럽게 시간이 줄고 줄어든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라는 걸 그 시간을 지나오고 나서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5주 동안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자꾸 나가고, 어쩌면 군대라는 낯선 곳에 있을 아들이 걱정되는 그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예능프로그램에 마음을 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삶의 안정을 찾았듯이, 아들도 자대배치도 받고 훈련도 수료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안정을 찾은듯하다.
내 행동의 원인을 알고,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자기 신뢰가 아닐까.
앞으로 나는 또 새로운 환경에 놓일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좀 더 깊게 나를 만나고 사랑하련다.
아들아 너무 보고 싶다. 수요일에 보자. 사랑해